조회 : 669

시어머니들에게


BY 공주 2000-11-21

결혼하기전부터,
저는 시어머니에게 불만이 많았어요. 창피한말이지만, 다른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부담때문이였어요.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 열이면 열이 결혼을 말릴정도로 큰 부담이였지요.
결혼을 하고 나서도 당연히 계속 이어지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참 창피한 말이지만, 눈물까지 찔끔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얼마전부터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요.
시집이 저희 사는곳에서 40분 정도 떨어진곳인데, 보통 일주일에 한번, 사정이 있으면 이주일에 한번정도 찾아뵙는데, 헤어질때 잘 가라 하면서 시어머니가 저를 안아 주시더라구요.
처음에는 어깨를 한손으로 두드리는 정도, 그러다 두 손으로 두드리는 정도, 그러다가 두손으로 약간 접근, 요즘은 아예 덥석 안아주십니다.

제가 좀 병신같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어머니께서 그러시니까 마치 내가 굉장히 사랑받는 며느리,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며느리(외며느리라는 지위), 자식의 와이프가 아니고 자식인 며느리, 뭐 그런 느낌이 슬금슬금 드네요.
제가 저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는 간을 빼주려고 드는 약간의 푼수성이 있기는 하지만요.......

비록 아직도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고 가끔씩은 뒷골이 아플정도로 열을 받지만,
어머니께서 그렇게 안아주시는데
저도 사람인데 제가 그런 어머니를 어떻게 씹고 어떻게 미워하겠습니까.......

저같이 철이 없는 며느리들은 다소 문제가 있어도,
시어머니들께서 약간만 --며느리, 너도 내 자식이다-- 라는 세련됨을 보여주시면 수그러들기 싫어도 수그러들어 가게 되지 않은가..... 하네요.

까부는 며느리들 한번 안아주셔보실래요? 변화가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