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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합니다.....


BY 이길재 2000-11-25

저는 7년의 운전경력을 가지고 있는 40대 직장인 주부입니다.
직업이 생활 설계사인 만큼 기동력은 제 직업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얼마 전 2년 면허취소와 벌금 50만원의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일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10월 7일경 저는 미국에서 어렵게 올라온 친구의 간절한 부탁으로 강화도에 드라이브를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3만 원 짜리 딱지를 끊고서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3번째 독촉을 받고 면허정지 상태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운전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대리운전을 부탁할 힘들게 올라온 미국친구 기분전환도 시켜 줄 겸해서 두 명의 친구를 호출했습니다.
강화에서 우리는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고 급기야 술자리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술을 하지 못했으므로 자리만 지키고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친구들이 하나둘씩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는 도저히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 우리는 근처에 여관방을 하나 잡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친구가 귀국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급한 일 같았기 때문에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워낙 외진 곳 인 데에다 늦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차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왕좌왕 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으니 친구는 점점 절박한 표정이 되어 갔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운전대를 잡게 된 것입니다.
우선 저는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았고 자주 오던 길이라서 지리에도 익숙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급박한 상황에 처한 친구 때문에 불가피하게 운전을 하게 된 것입니다.
면허 정지상태인 것이 맘에 걸리긴 했으나 하는 수 없었습니다.
바쁘게 차에 올라 서울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멀리서 음주 단속을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내심 불안하기도 했지만 운전자가 술을 마시지 않은 이상 아무 탈 없을 거라는 말에 맘을 놓고 차를 세웠습니다. 음주 측정결과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주위에 취해있는 친구들을 보시더니 이것저것 지적을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안전벨트를 메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당황한 저는 면허정지 사실을 감추고 면허증을 두고 왔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주민등록 번호를 대라고 하셔서 번호를 말씀드리고 자초지종을 말하고 사실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수로 내뱉은 말의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했습니다. 2년 간 면허정지와 50만원의 벌금형의 징계처분을 받았습니다.
결코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장애인 노모를 모시고 살면서 수시로 병원에 드나들어야 하며 직장생활을 위해서도 차는 없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저희 집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제가 아니면 집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시는 불쌍한 어머니를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바깥바람 쐬시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고 계신 외롭고 병약하신 어머니를 도저히 볼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말이 있지만 이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빚어 낸 저희 가정의 고난을 볼 때 법이 과연 인간의 행복과 질서 유지를 위한 긍정적인 지침인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여러분의 생각과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