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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자들은 왜 그렇게 아들아들 한답니까?


BY 속상혀서 2000-12-05

첫째딸이 있고 다음달에 출산을 앞둔 주부입니다.

그런데 왜 시댁에서는 아들아들 하는 겁니까?
당신 아들이 아들이 없으면 늙어서 어떻게 된답니까?
태몽이 어쨌다, 딸은 길러봐야 소용없다. 늙으면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 아들 없는 남자는 늙어 초라하다 등등.

난 괜찮다, 너희들이 늙어서 문제지! 뒷말을 꼭 이런식으로 하셔야 합니까? 가뜩이나 다음달에 아이낳을 걸 생각하니 이것저것 심란한데(첫애를 제왕절개했는데, 이번에는 자연분만을 해보려고 종합병원으로 옮겼거든요.) 전화드리면 며느리한테는 못 물어보고 아들에게만 아들이냐고 물어보시는 시어머니가 싫습니다.

사실 병원에서 딸이랍니다. 남편에게 어머님에게 그냥 딸이라고 얘기하랬더니 뭘 벌써 얘기하냐고 하네요. 아마도 자기도 아들이 은근히 부러운 모양입니다.

저도 사실 또 딸 낳으려니 마음이 편치는 않네요. 죽도록 고생하다가 낳으면 모두 여자가 잘못해서 딸 낳은 것 같은 분위기. 또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면서도 뭔가 위로해주려는 분위기. 내 딸이 시집을 가서 또 이런 일을 당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섞여, 그거 참 기분 묘합니다.

더 화나는 일은 그래, 너희가 정히 원하면 하나 더 낳는다. 내 그 잘난 아들 한번 낳아본다 하는 마음이 제 자신부터 든다는 사실입니다.
에이, 열받아! 하느님은 아들을 원하는 자에겐 아들을, 딸을 원하는 자에겐 딸을 고루고루 주시지 않고, 이게 왠 인생의 고뇌입니까?

이런 말 아기가 들으면 미안하지만 오늘 같은 기분에는 정말 아기 낳기 싫습니다. 저 정말 나쁜 엄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