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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진찰이 필요한 시아버지


BY 작은사람 2000-12-26

결혼을 하면 시어머니가 가장 불편한 상대가 되기 쉽지만 그에 못지않은것이 시아버지인것 같다. 한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니 그럴법도 하다. 그러나 사람을 겉으로만 보면 모른다고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면 하는 행동도 어른다워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으니...

우리 시아버지는 집안의 조그만 변화도 무슨 큰 짐짝처럼 느껴지는지 그 무게를 감당못해 술로 때우곤 한다.
아들이 아침에 늦게 일어나 가게를 조금 늦게 나간다든가 하면 술을 먹고 집을 나가 온 식구들 놀라게 하고, 아들이 게으르다고.
며느리 직장 그만뒀다고 3일을 시골 친적집에 갔다 오고, 그리고선 또 3일을 술로 때웠지. 며느리란 시집 식구들을 책임져야 하는데 왜 그 책임을 다하지 않냐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른 아침부터 싫다고 징징거리는 손주 머리를 깍일려고 억지부려서 보다못한 딸이 한마디 했더니 수건 던지고 집을 나갔다가는 술을 사갖고 와서 그 후로 3일간 술만 먹었다. 감히 아버지한테 한마디했다 이건가 보다. 심지어 딸이 피자와 통닭을 시켜먹는걸 가지고 이른 새벽부터 술을 먹고 하루종일 엉덩이 하늘로 치대고 술주정을 했다. 너무 자주 돈을 쓴다고.
그나마 딸이나 아들에게 느끼는 못마땅함은 하루나 3일이면 끝나지만
며느리인 나에게는 너무나 가혹했었다. 일주일을 술로만 사는데 몸에선 절은 술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메웠다. 시아버지한테 폭행당할뻔 했다. 그 정신적인 충격이란 ...

평소엔 별 말없고 조용한 시아버지. 못마땅한것이 있으면 조용히 말로 몇마디 하면 될텐데, 왜 그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솔직히 본인이 못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때론 정상적인 인간으로써
는 좀 아니다 싶을때도 있다. 아직 환갑도 안됐기에 그리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에 며느리인 내가 느끼는건 무력감 자체다.
따로 살면서도 맏이인 우리에게 상당한 양의 생활비를 의지하고 산다. 정신과적으로 왜 시아버지란 인간이 이렇게 만들어 졌는지 알고 싶다. 나중에 혼자 되거나 수족이 불편해진다 할지라도 도저히 모실 자신이 없다. 맏며느리인 내게 못마땅을 느낄 때 나를 똑바로 보지 않고 노려보는 그 전초전이 너무 싫다. 어떤때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 왔을때 내가 참지를 못하고 시아버지에게 주먹질을 하게되면 어떡하나 뜬금없이 걱정도 한다. 내가 이렇게 미성숙한 사람의 며느리란것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