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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무슨 흠이야 !!!!!!!


BY 열받네 2001-01-02

결혼전부터 친정엄마는 저에게 집에 흠이 있으니깐, 흠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해요

정작 흠이라는 건, 저의 언니 중의 한명이 이혼했다는 것........

전 엄마가 그럴때 마다 짜증이 나요. 그리곤 이렇게 대답해 버리죠

'요즘에 이혼이 무슨 흠이라고 그래.....
언니가 문제 있어서 이혼한 것도 안닌데 뭐.........'

결혼한 후에도 자주 전화해서 늘상 하는 말은

언니가 흠이 있어서 너희들이라도 잘 해야 된다...... 그리고 시댁에 욕 안 얻어 먹도록

잘 해라'

이것 뿐만이 아니예요.

제가 마치 무슨 흠이 잡혀서 결혼한 사람인양, 너무나 시댁에 대해 조심스러워해요

친정이 시댁이랑 한 동네라서 친정엄마를 통해 시댁어른들의 소식을 듣지요.

참고로 저희는 시댁이랑 멀리 떨어져 살아요.

시댁어른들에게 돈 필요한 일 있으면, 친정엄마는 쪼르르 전화해서 ' 어른들 용돈 좀 드려라'하시구

물론 시아버님은 경제적 능력이 있구요. 없으면 당연히 그렇게 하죠

전화할 일 있으면, 시댁에 어른들이 안 계서서 우선 친정에다 먼저 하면, 저희 엄마는 시댁에 전화
빨리 하라고 호들갑이예요.

그리고 친정부모님들 생신때나 명절때 필요한 선물없냐고 하면, 두말 하지 않고 '시댁에나 해 줘라
우리는 하나도 필요없다'고 거의 다그치듯이 얘기하죠.
그래서 때론 시댁에 해 드리는 것에 비해 친정에 해 드리는 것이 너무 적어서 화가 나요.

결혼후 친정부모님에게 용돈드린적 한번도 없어요. 왜냐하면 드리면 틀림없이 안 받을실거라는 걸 알기때문이죠

또 그 돈 시댁에 드리라고 하실거구.

저희집쪽에서 혼수며 뭐든 적게 해간 것도 아니고, 신혼집 장만하 것도 신랑이 모아둔 돈과 친정쪽에서 반반씩 부담
해서 마련했구.
친정에서 한 것에 비하면, 시댁은 조족지혈이거든요.
그 동네에선 저희 시댁이 아들 장가 잘 보냈다는 소리까리 들었죠.
학벌도 제가 낫구요.

물론 결혼을 물질적으로 따질 순 없지만, 뭐 부족한 것도 없는 데
그렇게 굽신대는 엄마가 보기가 싫어요.

한편으론 엄마가 이해가 되기도 해요. 그 동네가 워낙 아줌마들이 입들이 사나워서 남 흉보는 걸 밥먹듯 즐기죠

우리 친정엄마도 물론 그런 점에선 예외가 아니죠. 남의 자식이 어떻더라 이러쿵........저러쿵..........

행여나 내가 시댁어른들께 잘못 보여서 동네에 소문이 나서 자식 잘못 가르쳤냐는 말을 듣기가 싫겠죠

혹시 나까지 이혼할까봐 두렵기도 하겠죠.

이렇게 이해하다가도 막상 엄마 전화가 걸려오고 또 그런 말 하면, 정말 짜증나고 밥맛도 없어요.

제가 성격이 못땠서 그런 건가요?

저 자신은 시댁에 항상 당당했어요. 그리고 시댁에 해드려야 할 것을 못한 것도 아닌데.....

엄마가 그런 말을 할때마다, 저까지도 괜히 조심스러워져요.

이럴때면 한국이라는 사회가 싫어요. 물질적으론 많이 풍요로워 졌지만, 아직도 이혼에 대한 고정관념이 단단히
박혀져 있는 한국사회가 싫어요.

'이혼이 무슨 흠이 되냐'고 하는 사람들 중에도 자기도 모르게 이혼한 사람들 등뒤에서 흉보는 사람들 많다죠

아니면 저희 친정 엄마만 그런가요?

저에게 좋은 의견 많이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