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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땜에 속상해.


BY 속상해 2001-01-03

배부른 고민일지도 모르는데, 속상한 걸 어떻하나...

울 남편 나에게 참 잘한다.
아니, 처음에는 잘하지 못했다. 우리 시아버지가 원래 시어머니를 구박하면서 사셨어서 울 남편 순진하고 착한 사람이지만, 마누라 위해주는걸 무슨 일생에 수치로 알았던 사람이다.
울 친정아버지 엄마한테 끔찍히도 잘하셨다.
그래서 난 남편은 당연히 아내에게 잘하는 건줄 알고 결혼했다.

첨엔 피눈물이 났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다 있었나..싶었다.
시집에 가보면 시아버지는 항상 어머니께 호령호령이고, 어머니는 그 나이에도 설설 기면서 암말도 못하신다.
아버님이 한마디 소리 빽 지르시면 어머니는 무슨일 터질까봐 알절부절이다.
울남편, 싸워도 나에게 미안하단 말 한마디 한 적이 없고, 자기가 잘못해도 오히려 내게 소리소리 지르고, 성질에 안맞으면 물건 집어던지고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었다.

어느날 싸우다가 날 때렸다.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다.
결단을 내렸지..이혼을 하기로
이런 가정에서 아이를 낳아봤자, 그 자식또한 그 집안의 전철을 밟을테니 여기서 어머니처럼 잘못했다고 빌어보았자, 내 인생이 어찌될지는 뻔한 일이니까....
시어머니는 무조건 빌라고 했다. 나보고..남자는 화가나면 여자를 때릴 수도 있다면서.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비나.
그리고 맞은 사람은 난데..지금 누가 누구한테 빌어야 한단 말인가?

지금 남편이란 사람이 빌어도 용서해 줄까말깐데, 시어머니는 오히려 내게 호통까지 치시며 빌란다.
그 말을 들으니, 희망이 없다 싶었다. 여기서 벗어나야지 싶어, 친정으로 갔다. 친정식구들, 너무나 어이없어서 다들 얼이 쑥 빠졌다.
세상에 태어나서 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사건이 딸에게 일어났다니, 친정엄마는 황당해했다.
우리는 그런일은 텔레비젼에서나 나오는 이야긴줄 알았다.
친척들도, 친구들도 이웃들도 그런일을 겪었다는 사람을 보질 못했다.

한달을 나와 있었다.
남편이 서서히 두려워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자기 엄마는 아버지가 때려놓고도 오히려 큰소리치면 꼼짝못했는데, 내가 그렇게 나오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전화가 왔다.
첨엔 전화도 안하더니...집에 오라고 했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그러나 그 소리를 들으니 더 화가 났다.
잘못했다고 해도 손지검하는 버릇은 웬만해선 고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전화도 받지 않았다.
난 그냥 조용히 끝내자고 했다.
나중엔 남편이 싹싹 빌었다.
난 그 남자가 나한테 비는거 첨 봤다.
그래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제의를 하나 했다. 손지검은 병이니까, 치료를 받겠다고 한다면 들어가겠다고 했다.
상담을 받겠다고 약속하면 이혼은 보류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나중에는 그러마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상담 스케줄이 잡힐 때까지 남편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나중엔 이 남자가 눈물을 흘렸다.
거기서 맘이 조금 약해졌지만, 어쨌든 6개월동안 상담을 받았다.
상담받는 곳에서, 상담자와 상담을 하는 동안 남편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비로소 알게 ㅗ디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 남편은 내게 잘한다.
그 일이 지난후 1년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는 싸워도 물건 집어던지거나, 소리소리 지르거나 하는 일이 없어졌다.
자기가 정못참겠으면 그냥 잠시 나가있는다.

그러다가 내가 아이를 가졌다.
남편은 더더욱 내게 잘했는데, 어제 물끓인 주전자가 하도 무거워서 좀 들어달라고 했더니, 무저건 싫다고 하는 것이다.
화가 났다. 임신한 마누라가 무거운 주전자 옮기기가 힘들어서 좀 들어달라는데, 그게 도대체 왜 싫단 말인가.

내가 화를 내니까, 나가서 옮겨주고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잠을 잤다. 그러더니, 화를 낸 체로 출근을 했다.
나지금 무지 섭섭하고 속상하다.
주전자 옮겨준게 그렇게도 화가 나는 일이란 말인가?
그러면서 태교책은 열심히도 읽는다.
아니 태교책만 열심히 일으면 뭐해. 무거운 주전자 좀 옮겨주고는 그게 그렇게 못마땅해서 화를 버럭버럭 내고 자면서.

저 남자. .... 많은게 고쳐졌다고 해도 보고 배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한번씩 저럴 때마다 자기 마누라를 무슨 자기 화풀이용 북쯤으로 생각하는 시집의 남자들이 다 미워진다.

시아버지도 시동생도 자기 마누라 알기를 동네 똥강아지쯤으로 알고 살고 있으니까...
속이 상하니까, 별별 일이 다 생각이 나면서 화가 나네.
에이 밴댕이 남편!!!!
오늘 퇴근했을 때도 인상 찡그리고 들어와봐라..우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