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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람이여~


BY 가슴아픈이 2001-01-11

결혼 20년된 주부로 아들만 둘이고 결혼해서부터 시부모님을 모시고 정말 착한 며느리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지요.
우린 연애결혼을 하였고 지금까지 부부싸움 한번 안했어요.

그동안 그저 남편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던 내 모습이란....
지금도 역시 사랑받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차이점은 전에는 그저 살림만 열심히 하는 여자였고 돈 아끼느라고 옷도 식구들 안입는 옷만 입었던 나였는데 지금은 남편에게 예쁘게 보일려고 화장도 하고 머리도 예쁘게 하고 옷도 내것이라고 옷을 사서 내 옷이라고 입는 정도지요.

왜 그렇게 살아 왔는지!
작년 9월에 저희 남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지요.
어느날부터인가 혼자 아주 심취해서 음악 감상을 하며 멋을 내며 옷입는 모습에 조금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설마, 내 남편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지요.
굉장히 알뜰한 내 남편이 팔찌며 목걸이를 사오기도 했어요.
그리고 귀걸이도 사준다고 귀도 뚫으라고 하더군요.
전 그동안 고생해온 나를 생각해서 사온 것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여자에게 줄 선물을 사면서 미안해서 내것도 사온 것이더군요.
그래도 같이 살아온 마누라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나봐요.
하지만 전 그게 더 속이 상하더라고요. 그런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면 이래서는 안된다는 마음은 안들었는지....
선물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서 모두 버렸어요,

그 여자는 보험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어느날 남편이 내 암보험을 들어준다고 하더군요. 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길래 건강진단을 받고 했는데 자궁근종이 있어서 보험 가입이 안되서 그냥 적금식으로 5년간 매달 10만원씩 넣는 보험에 가입했다고 하더군요.
그때도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요. 사촌 누나가 보험을 했는데 겨우 하나 들어주고 힘들어서 못든다고 하던 남편이었는데 갑자기 보험이라니.... 그때부터 조금 느낌이 이상했지요.

내가 그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된건 모두 남편으로부터 들은 것이지요.
어느 토요일, 퇴근해서 집에 일찍 들어왔더군요. 점심을 차려서 먹고 난 설겆이를 하고 안방에 가보니 음악감상을 하면서 혼자 울고 있는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난 남편이 속상한 일이 있어서 우는군나 하고 너무 가슴이 아파 달래주려고 했지요.
아무리 속이 상해도 그런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큰일이구나 했어요.
혹시? 그동안 이상하더니 여자문제인가 하면서도 그렇게 물어보지는 못했고 회사일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더군요.
그럼 그일도 아닌데 도대체 뭐가 슬퍼서 그리 우냐고 했더니 내가 알면 기분 나쁠거라고 알려주지 않을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말을 하니 더욱 궁금해져서 자꾸 물었지요.
그랬더니 사귀던 여자가 있었는데 채였다나요?
으악~
세상에 그럴 수가....
어쩜!
설마했는데...
내 남편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눈물만 나오더군요.
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댓가가 이런거였다니....
남편은 계속 만나고 싶었는데 그여자가 그만 만나자고 해서 속이 상해서 울었다더군요.
그 나이에 두근거림을 느껴서 젊어진 기분이었고 그런 느낌을 느끼게 해준 그여자가 정말 좋았대요.
그렇게 계속 만나다가는 사모님한테 들키면 자기도 가정이 있는 주부인데 서로 좋지 않을거라고 그만 만나자고 했대요.

난,
경양식을 좋아했지만 외출을 해도 그 값이면 식구들 모두 고기를 실컷 먹을텐데 하며 간단한 것을 먹거나 집에 와서 먹고 그랬는데...
그 여자와는 한달 정도 사귀었는데 얼마나 경양식을 먹었을까 하고 속상했고,(한달정도. 바쁘다면서 계속 밤 늦게 오길래 회사에 확인을 할까 하다가 남편 체면도 있고 그래서 남편을 믿었었지요)
나도 남편처럼 애틋한 사랑을 모른는 것도 아닌데 마누라한테 그런 기분을 느끼려고 노력할 수도 있었을텐데 딴 여자한테서 그걸 느끼고 있었다는 것도 속상했어요.
나도 모든 것이 좋아서 행복해서 열심히 산 것만은 아니잖아요?
...........
나하고는 헤어질 맘은 없다고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 말하는 남편이 너무 미웠지요.
차라리 헤어지자고 했으면 나중에 혼자 울지언정 확 헤어져버렸을텐데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 하는 그말에 그만 그냥 눌러 앉았지요.
이러고도 살아야 하는지......
지금은 남편과 새로운 느낌과 새로운 기분을 맛보려고 노력하지만
남편에게 느꼈던 배신감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가슴의 응어리로 남아있어서 이야기래도 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