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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머리를 컷트했는데...


BY soon2063 2001-01-12

요즘 되는 일도 없구, 회사사람들도 나더러 이만큼 촌스럽기 힘들다는 둥 회식자리에서 농이 왔다갔다 한것에 충격을 받은나.

그래 한번 바꿔보자!!

롯데백화점 가서 빨간색 반코트를 샀다. 카드로...
이제 머리차례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이다.
땡하면 퇴근해서 그래도 동네에서 알아주는 미용실에 가서 예쁘게 컷트해 달라 해야지...

기다리던 오후 6:00...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는데, 울 사장님
'6:30에 손님 오기로 했는데 커피한잔만 주고 가거래이...'
'e-c. 꼭 이런날 늦게 가라 그러노....'
30분이 지나고 40분이 지나고 거의 7:00 다 되어 붕어빵 사 들고 오신 부산소장님한테 둥글레차 한잔 싹 내밀고, 가방들고 튀었다.

평소 출퇴근 하면서 예쁘게 새로 생긴 미용실...(입구가 기와집에, 창가에 붉은색 화분을 두고, 겉벽은 온통 흰색..무척 예쁜 미용실)
난 참고로 해운대 신도시 산다.

307번 버스 정류소로 향하는 길에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내 앞에서 그냥 지나가는게 아닌가.
발 동동 굴러가며 15-20분 기다리니 그 귀하신 307번 좌석버스 오셨네.
얼른 올라타 언 몸이 다 식혀지기도 전에 그 미용실 맞은편에서 내렸네.
방금 황색등 깜빡거려..문화시민의 자긍심으로 건너지 않고 다음 신호기다리고 있었네.(참고로 4거리라 신호 한번 되게 오래 기다리게 됐음)

끼-익... 택시 하나 서더니 야사시한 아가씨들 3명 내리네.
얼굴과 옷은 봐 줄만 한데, 머리가 방금 감고 그냥 나온 아가씨들이네.
(참고: 내가 미용실 갈적엔 다른 사람들 머리모양만 봐 지고,
내가 옷 사러 가는 날엔 다른사람들 입은 옷 스타일만 봐 지더군)
아..건데 그 큰 사거리 차들이 많이 안 다니니께...
날씨는 춥지 신호는 안 바뀌지..후다닥 그 아가씨들 무단횡단해서 그 미용실로 쏘-옥 들어가지 않는가.
안경 낀 1.5시력으로 미용실 창문너머 쳐다보니, 사람들 왕창 있네.
그것도 아가씨들...솔직히 말해서 술집아가씨들(해운대 특성상)

와...자신없어 다시 버스정류소에 섰네.
괜시리 술집아가씨들 많이 있는데서 머릴 할 용기가 없었음.
(예쁘기도 하지만, 엄청 소란스러울 것 같은 느낌에)

신도시에 있는 그래도 이름있는 미용실로 가고자 다시 버스 기다리는데,
또 30분...엄청 춥더군
그래 그래 해서리 김준인지 박준인지 미용실에 갔다네.
"뭐 하실겁니까? 담당자는 누구시죠? 아..첨 이세요?"
"예...컷트.."
"일루 오세요"
"퍼머해서 컷트로 할 예정인데요..."
"손님.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안되는데...9시까지 하거든요.
오늘은 컷트만 하시고. 담에 퍼머 하시죠?"
".....그러죠"

이렇게 하여 7,000원짜리 컷트만 하고 집으로 왔다.
울 남편 내가 머리 짜른것도 모른다.
와...열받아.
내 입으로 말했다. 어디 달라진데 없냐고?
음....머리 짤랐네...다다.

와... 혁신적으로 바꿔 볼려던 나의 그 결심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오늘 출근하니, 직원들 한마디씩 한다.
"남편이랑 싸웠슈?"
빈말이라도 예쁘다는 소릴 안하는군.
이 웬수들.... 하기야 내가 예쁘다는 소리 들어서 뭐하게...

아...그런데 이 억울한 기분은...그래도 10년만에 짜른 머리고,
남들이 좀 알아주길 바랬는데... 이 허탈한 기분이라니.

내일 하루 노는데...그냥 머리를 빨간색으로 염색을 해 볼까부다....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