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붑니다.
길을 좀 걸었습니다.
집을 나설땐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좀 받아볼까했는데
병원앞에서 돌아서서 동네를 이리저리 좀 걸었습니다.
너무 힘이 없어 쓰러질거 같았는데 그래도 쉼없이
좀 걸었습니다.
내 마음을 비우고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살아가는
것이 왜 이리 힘들는지 모르겠어요.
늘 맘으로는 내 자신을 위해 살자 신경을 끊자 관심을 버리자
하면서 돌아서면 다시 남편 의심하고 악다구니쓰고 그런
날 내가 보니 너무 소름끼치고 정말 사는게 왜 이리
힘겨운지....왜 이렇게 포기가 안되는지...
며칠째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침대에 누우면 내가 한없이 작아지고 커다란 통나무가 날
향해 떨어져내리는 환상같은 걸 봅니다.
내가 너무 작아 저 통나무에 깔리면 아무도 모르게 숨이
멎어 버릴 거 같은...
내일은 정신과에 가봐야지 내일은 내일은 그러다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달이 다되어 갑니다.
남의 여자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자기 여자는 불행의 늪
으로 빠뜨린 남자...자기 행복하자고 내 가슴에 이렇게
큰 상처를 낸 여자...내가 이러고 있는 시간에도 전화로
히히덕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확실히 병이 든 모양입니다.
오래오래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거 같은 이 아픔을
어떻게 삭이면 살아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