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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스런 남편


BY 속타네 2001-02-02

남편과 보름째 따로 잔다.
같은 방에서 자긴 하지만 난 아이와 바닥에서 남편은 침대에서.

난 지방에서 남편은 서울에서 일하는 주말부부였다.
임신한 몸으로 내가 서울을 왔다갔다 했다.
남편 빨래도 하고 사실은 남편은 나를 보러 내려오는게 힘들다고
내가 올라오지 않으면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서였다.
그때는 남편이 너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별로 힘든 줄 몰랐다.

임신 8개월째 되는 어느 토요일.
어찌어찌하다가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생략) 맨몸으로 쫓겨났다.
임신한 아내가 자기를 죽이려 했다고 해도 쫓아내진 않을텐데...
지갑이 없어서 택시기사 아저씨께 사정을 하고 그 밤중에 내가 사는 집으로 가야했다.

아이를 낳고 2달 째 되던 어느날 남편이 퇴근해서 난 샤워를 했다.
불과 십여분이면 되는데, 그동안 남편은 아이를 울린다.
목청을 틔어 준다고...
난 화를 약간 내면서 아이를 달랬다.
그래서 또 쫓겨났다. 어디에다가 화를 내냐고..
겨울밤에 샤워 끝나고 반팔 반쫄바지 차림으로 말이다.

어느 날은 너무 피곤해서 아이를 씻기지 않고 그냥 잤다.
씻기란다.
내일 씻기겠다고 그냥 잤다.
그래서 난리가 났다. 남편 알기를 우습게 안다고..
쫓아내려 하는데 이젠 제법 요령이 생겨서 버텼다.

그외에도 기타등등....

그러한 일이 있었는데도 여지껏 남편이 사과한 적은 한번도 없다.
항상 나 먼저 얘기하고 떨어져 있을때도 먼저 편지로 화해를 청하고..

이번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먼저 옆으로 가지 않는 한, 같이 자자고 할 사람이 아니다.

남편이 그런 식이니까 시댁식구들에게 잘 하고 싶지가 않다.
남편이 그렇게 크게 내버려 둔 시부모님에겐 원망의 마음만 있다.

남편은 식구라고 봐주는 게 없다.
내 가족이니까 어쩔수 없다란 생각이 없다.
내가 직장 그만 둔 것도 뭐라한다.
'넌 거기서 도태된 거야.' 그게 남편으로서 할말인가?

주말부부하면서 잠자리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하긴 같이 살아도 한달에 두번 정도 잔다)
몇 주에 한번씩 보는데도 밤에 날 안아 주지도 않았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일로 혼나기 바쁘니까 보고 싶단 마음은 멀리 달아났다.

요샌 머리에 온통 남편 생각뿐이다.
설겆이 하다가도 남편 욕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놀란다.
놀란 후 다시 빌어본다.
우리 남편 인간되게 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