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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시엄니때문에 내가 미쳐요.


BY 다압다압 2001-02-06

쓰려고 하면 책으로 몇권이다.
결혼 1년동안 겪은 일만도 소설로 한권이다.

지금 결혼 6년째니, 몇권일까?

나 둘째며늘이다.
첫째는 지방에 산다.
거기도 죽어도 수도권으로 올라오긴 싫은 모양이다.
지방에 살다보니, 일년에 딱 두번 올라올까 말까다.
추석과 설날....마음이 안내키면 이핑계저핑계대고 안올라온다.
우리 시엄니, 속으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겉으로는 암말 안한다. 큰며늘한테 한마디도 못하거든...왜냐고? 나도 모른다.
큰며늘은 어머니한테 큰소리 뻥뻥 치고 ??때로 어머니를 가르치기도 하는데, 눈물 찔끔찔끔 흘리면서도 시엄니 큰며늘한테는 한마디도 못한다.
큰며늘은 부잣집 딸래미고, 시엄니는 무쟈게 가난해서 거기에 잘보이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봐 그러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시엄니는 큰며늘한테 쩔쩔맨다.
그러면서 나한테는 하는말이.." 걔네 친정엄마 앞으로 집이 몇채나 된다더라..아이고..그러면서도 사람들이 그렇게 야박하다. 돈이 그렇게 많으면서도 쥐고 내놓지도 않는다"

하이고-
나 이런말 들을때면 목구멍까지 분이 치밀어 오른다.
사돈이 돈 많은게 어머니하고 무슨 상관이라고 야박하다는둥 어땠다는둥 한단 말인가.
쥐고 안 내놓는다니....누구한테 말인가.
큰아들내외 지네끼리 돈 잘벌고 그만하면 잘 살고 있는데, 어머니는 여전히 큰아들내외 덕도 못보고 찢어지게 가난하니..어머니한테 인심을 쓰지 않아 그 집 사돈이 욕을 먹나보다.

그건 그렇고.

울 시부모님은 경기도 북쪽 끝에 살고, 우리는 경기도 남쪽 끝에 산다. 시집한번 갈려면 서울을 건너가야 한다.
같은 경기도이긴 하지만, 그게 어디 같은 도란 말인가.

울 시부모, 신랑 직장이 이쪽이어서 이쪽으로 집을 얻는 것 뻔히 알면서도 처음에 시부모님 집 근처에 집 얻으라고 했었다.
울신랑 거기에 집 얻었으면 출퇴근 하다가 쓰러졌을 거다.
건강도 좋지도 않은데.

결혼하고 처음 집들이를 하는데, 일도 못하는 새댁인 내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엄니 전화로 하는 이야기가 .
"야 너무 멀어서 나는 못가겠으니까, 네가 혼자 다 알아서 해라" 였다. 그래서 당연히 너무 멀어서 오시지 못하지 싶어 "네. 제가 다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싹싹하게 말하고 끊었지.

그런데, 어느 주에는 5일을 부르는 것이었다.
남편이랑 같이 오라고 하는 날도 있고, 나 혼자 오라고 하는 날도 있고.
남편 퇴근하고 시댁에 갔다오면 새벽 2시가 넘고...그래도 이핑계 저핑계를 대며 오라는 것이다.
김치 준다고 오라고 해서 가보면 총각김치 한통 담아준다.
집에 거의 다 오면 전화온다.
배추김치를 깜빡 잊고 못줬으니, 내일 가지러 오라고...

눈물난다. 김치 내가 담궈먹어도된다.
반찬 내가 그냥 해 먹겠다고 하면 당장 남편 회사로 전화 간다.
그럼 남편은 가지러 가자고 한다. 주고 싶어서 그러신다고.

하루이틀이지.
어머니는 너무 멀어서 못온다고 그래놓고, 나는 그럼 가까워서 매일가나? 반찬한통 가지러 갔다 오려면 길거리에 뿌리는 차비하고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데...그거 모았다가 차라리 요리학원엘 다니지.

어쨌든...그런 나날들이 지나고.
한달에 2번씩 가게 되었다.
투쟁을 거쳐서.
그런데, 한번은 어머니가 신랑 출장간 사이에 집으로 전화를 했다.
대뜸 소리를 지르면서 " 너 그러면 못써!" 하는 것이다.
"네?"
"네가 시집을 왔으면 시집에 법도를 따러야지, 니 맘대로 하면 돼?! 너 벌받는다!" 마구 쏟아지는 소리소리.
"집안에 여자가 잘못들어오면 형제간에 인연 다 끊기고 집안 망한다! 새로 들어온 여자가 잘해야지!!!!!! 그렇게 가까이 살면서 자주 와 보지도 않냐?! "

음마나!
너무 멀다고 할 ??는 언제고, 그렇게 가깝다고 할 ??는 언제야?
그리고 그 말씀을 왜 지금 하시는건데?
나 신랑도 없는데, 그날 날벼락 맞고 한마디도 못하고 전화 끊고 밤새도록 꺼이꺼이 울었다.
일년에 1,2번 올라오는 큰며늘한테는 한마디도 못하고 눈치보고 설설 기시면서 왜 정기적으로 찾아뵙고 돈쓰는 나한테는 소리소리 지른다지?

지금 생각해 보니, 울시엄니, 큰며늘한테 너무당해서 둘?며늘 들어오면 손에 꽉 잡고 흔들어야겠다 싶었던거 같다.
그리고도 집안에 돈쓸일 생기면 우리가 다하고, 그러고도 친척들 있는 곳에서 시엄니 나한테 꼭 한마디씩 큰소리를 쳐서 나를 나쁜 며늘 만들곤 했다.
생신때도 찾아뵙는건 우리밖에 없건만.
지금도 전화걸면 나하고 둘이 통화할 때, 하하호호 내 눈치 보고, 옆에 누구 친척이라도 한명 있으면 나한테 소리지른다. 특히 큰며늘과 큰아들이 올라온 설날이라든가 추석때는 꼭 나를 갈구시지.

내 원참.
그러니 정이 갈까?
고생도 많이 하고, 지금도 여전히 찢어지게 가난해서 자식들이 보태지 않으면 끼니걱정 하실 양반이다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서 잘해드려야지 싶다가도 하시는거 보면 가던 정이 도로 돌아온다.
생활비도 많진 않지만 우리만 드리는데, 찾아뵙고 돌아보는 자식도 우리 뿐인데, 뭐가 그리도 미워서 눈을 째리고 항상 볼멘 소리만 하시는걸까.

마음이 불편해서 죽겠다.
하루는 남편과 함께 있는데, 남편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어머니였다.
밖에까지 소리가 다 들렸다.
내가 옆에 없는줄 알고 남편에게 전화로 내 욕을 하기 시작하시는데, 남편이 그만 끊자고 해도 끊지도 않고, 30분을 넘게 욕을 하시더구만.
그러니, 평소에도 회사에 있는 사람한테 이렇게 전화 안하실까?
남편이 핸드폰 놓고 간날 전화가 삐리리 왔다.
안받았지, 그런데 음성이 남겨지는 것이다.
들어보니, 어머닌데, 전화 하라고....고 전날 어머니네 집에 갔을 때, 어머니가 뭐때문인지는 몰라도 나한테 화가 나 있으셨거던.

그래서 회사로 전화해서 어머니한테 전화 해 드리라고 했다.

한두번이랴...
내가 옆에 없는줄 알고 내 욕한게....남편은 아무말도 아니라고 하지만 화가 나셔서 흥분해서 큰소리로 말씀하시니, 다 들렸다.
정말 별별 화날 일도 아닌거 가지고 화를 내시고....나한테 직접 말씀을 하시면 오해도 없을 것인데.

다행히 우리가 큰아들네보다 더 먼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정말 자주 갈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는 거리이기 대문에 전화만 드리고 있지.
고 사이 막내도련님이 결혼을 하고 고 근처에 살게 되었는데, 막내며늘이 죽겟는 모양이다.

자식한테 기대하는게 많으시니, 며늘이 하느라고 해도 그게 다 눈에 가시지 않을까.
당신도 자식 결혼할 때, 식장에 오는 차비까지 결혼할 자식이 마련해 주어야 오시면서,(돈이 하나도 없고, 자식들 공부도 다 자식들이 벌어서 했음) 오직 당신의 소원하나는 며늘들만 얻고 아덜덜 장가만 보내면 늙은 우리부부 호강하겠구나....그 생각만 하시면서 사셨다.

그런데, 아덜덜이 장가를 가도 시부모님이 생각하고 바라시던 호강은 아니니, 얼마나 짜증이 나실까..하루하루가.
그러니 조금이라도 가까이 사는 며늘을 들들 볶으시는게지.
다 며늘이 잘못들어와서 그런다고.

큰며늘은 어머니가 그렇게 하면 되려 소리지르고 난리를 치니까 거기한테는 한마디도 못하시고 말이다.

호강.
나도 시켜드리고 싶다. 내 남편 생각해서.

그런데, 없는걸 어떻하냐고.
아덜, 혼자벌어 대학졸업하고 직장다니면서 집에 생활비 대고, 시부모님 빚진거 갚고, 우리도 결혼할 때 융자 2000만원 받아서 9평짜리 전세 겨우 간신히 얻었는데, 그 때 내 남편나이 37살이었다.
무신 돈이 있다고 시엄니 호강을 시켜 드리겠냐고요.

지금 40이 넘었어도 아직 집도 없다.
아이가 둘인데, 결혼이 늦었으니 아직 어려서 내 새끼들 가르칠 일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변두리에 조금만 전세에서 아직도 월급 쪼개고 쪼개서 살고 있는데, 어쩌라고요.
큰아덜은 잘 살지만, 자기 부모한테 짜증을 내고 있고, 막내도 제 입에 풀칠하기 힘드니, 호강은 커녕 거긴 자기네만 잘 살아줘도 고마운데, 남들이 하는건 다하고 싶으시고, 자식들이 빚이라도 내서 빵빵하게 해 드리면 좋겠다니....아이고......

우리 시부모님 아직도 그 타령이고...누구는 해외로 자식들이 여행보내줬다더라, 누구는 딸만 있는데도 제일 비싼 호텔에서 생일잔치 했다더라... 누구는 어쨌다더라, 누구는 어쨌다더라......지금은 귓등으로 들으니 이만하지만, 처음엔 나 시집에만 갔다오면 며칠을 소화가 안되고 잠도 안와서 드러눕고 병원다니고 했었다.

얼마전에도 울 시엄니, 전화로 사람을 한번 뒤집어 놓으셨다.
에고....남편 어머니만 아니면 안봐도 진작 안봤을 것을, 미워 죽겠다가도 남편 쳐다보면 내가 이러면 안되지...하고 마음 다시 고쳐먹는다.
내 팔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