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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께서 아이를 이제 보내지 말라네요.


BY 한숨 2001-02-06

속상해방에는 처음 글을 올리네요.
시댁의 부당한 대우를 글로 접하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고 저에게 너무나 잘해 주시는 시댁어른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저도 무지 속상하네요.
제 얘기 들어 보실래요.

우리아이가 오전에는 어린이집에 갔다가 오후에는 시댁에 있습니다.
형님네도 맞벌이기 때문에 일곱살되는 아이를 시댁에 맡깁니다.
우리아이는 다섯살인데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잘 놉니다.
우리아이는 일년전 부터 맡겼고 사촌형은 갓난아기때부터 키우고 계십니다.
요즘에는 아이들을 잘 안 봐줄려고 하는 시어른들이 계신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아이들을 무척 잘 봐 주십니다.
그래서 항상 죄송하고 고마울 따름이죠.

그런데 오늘 저녁은 정말 화가나고 속상합니다.
남편과 함께 퇴근을 하여 시댁으로 가니 어머님은 부엌에 계시고 아버님은 아이들이랑 큰방에 누워 계셨습니다.
오늘 계를 가신다 하셨는데 피곤하시구나 생각했죠.
밥상을 차려 들어왔고 빙 둘러 앉아 밥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은 밥먹을 생각도 않고 놀기 바쁘고...
그 사이 형님이 퇴근해 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시어른들은 큰아이 밥먹이는걸 무슨 큰 과제로 생각하십니다.
열과 성의를 다해 밥을 먹이거든요.
우리 아이는 다행히 밥을 잘 먹습니다.
혼자 숟가락으로 떠 먹고 그러나 큰아이는 아버님이나 어머님이 꼭 먹여주십니다.
한마디로 밥먹는 시간은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솔직히 가끔은 섭섭할때가 많습니다. 신랑은 시댁에서 둘째인데 큰아들과 큰며느리를 대하는건 저희들과 틀립니다.
한마디로 좀 어렵게 대하시죠.
매달 생활비를 좀 드리니까 효자라고 합니다.
우리도 드립니다. 그렇지만 우리 신랑 좋은 소리 못 듣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니까...

얘기가 다른데로 빠졌는데 본론은..
밥을 먹고 있는데 우리 아이가 자꾸 전화기를 들고 눌러고 합디다.
아버님이 화를 내시며 혼을 내시더군요.
울아들 울었습니다.
제가 울아들을 또 혼냈습니다.
밥 안먹고 딴짓한다고..
조금 있다가 울아들 또 전화기를 갖고 놉디다.
그러자 우리 아버님 막 혼을 내시며 식사 다 하시고 나가십디다.
가만히 보니 전화기가 구식인데 어제의 그 전화기가 아니고 다르더군요.
울아들 좀 신기했나봅니다.
울신랑 전화기갖고 뭐 저러냐고 뭐 고장이라도 나냐고 아버님 안계실때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한테 전화기에 똥묻어서 더러우니까 만지지마라 타일렀습니다.
알았다고 대답한 이 아들내미가 어느새 또 전화기에 가 있습디다.
울아버님 들어오시자 마자 울아들 혼내면서 막 화를 내십니다.
울신랑도 화가나서 전화기 좀 만지는데 뭐 그렇게 소리를 지르냐고 하니까 난리도 아닙니다.
밥상을 가운데 놓고 소리를 뻑뻑 지르면서 할아버지가 뭐라하면 가만히나 있지 말이 많다면서 교육이 안되니까 이제 아이 데리고 오지 마랍니다.
우리 아버님 우리 신랑한테 뭐 화나는일 있으면 아이 데리고 오지말라는게 18번입니다.
우리 남편 알았다면서 밥먹고 있는 저더러 일어나랍니다.
그리고는 집에 가자고 먼저 나가고 저는 주섬주섬 일어나는데 거기다 대놓고 아이 이제 맡기지 말라는둥, 인연 끊자는둥,
처음엔 우리신랑이 원망스럽더니 아이손을 붙잡고 나오는데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누군 뭐 맡기고 싶어 맡기나요.
시어른들이 누구보다 우리 형편을 이해하고 잘 아시면서 왜 터무니 없이 거기서 아이 맡기지 말란 말이 나옵니까?
뻑하면 아이 데려오지 말라하십니다. 나 원참!!!!
무엇이 잘못 되었습니까?
우리 아들 눈치만 슬슬 보면서 평상시엔 사촌형 집에 안가면 자기도 안간다고 버티고 형이 옷을 입어야 자기도 옷을 입는데 오늘은 두말 하지않고 양말신고 옷입고 나왔습니다.
우리 형님 그 와중에서도 아무 소리 안하고 밥먹고 있습디다.
저 가겠습니다. 형님 먼저 갈께요.하고 나오는데 왜그리 서럽던지..
우리 신랑은 아버님을 싫어합니다.
젊을때 처자식 고생시키고도 늙어서 큰소리만 친다고...
우리 아이가 너무 가엾고 어떡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내일부터 당장 어떡해야 될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버님에 대한 원망이 더욱더 커집니다.
처음에 그럴수도 있지 했는데 울신랑 뭐 그것가지고 고함지르냐는 말밖에 안했는데 애를 보내지 말라니요.
너무 속상해서 내일 당장 오후에 봐줄 사람 알아봐야겠습니다.
우리 시어머님은 제가 나올때 내일 아이 데리러 갈께했지만
싫어질라고 합니다.

두서없이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지금 울 신랑이 저하고 애한테 너무너무 미안해하더니 지금 친구가 집앞 호프집에서 연락이 와 한잔하러 갔습니다.

우리 아버님 저러실때마다 종일반도 해 봤는데 아이도 너무 안스럽고 힘들어 하는것 같고 그냥 오후에 시댁에서 봐 주는게 여러가지로 좋았거든요.
선배님들! 이제 어떡해야하지요?
그냥 아무일 없는척 하고 시댁에 맡길까요?
그러면 싫어하실까요?

지금 우리아이는 자기때문에 큰소리 난줄 알고는 자느척 하는건지 자는건지 말을 걸면 이야긴 하는데 소리없이 누워 있네요.
우리 아이가 넘 안돼서 눈물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