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무슨말을 먼저 해야 할까요.
나이 들어서 깨달은 거지만 전 부모님 밑에서 참 곱게 자란 축에
끼더군요. 대학 졸업할때까지 전 제가 잘난줄 알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특별히 노럭하지 않아도 그런대로 모양새를 갖추었기
때문에 세상이 만만해 보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우연히 남편을 만났어요. 개인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결혼해서 조금만
노력하면 잘살게 되리라 생각했구 또 사람이 착해서 쉽게 결정을
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시댁이 전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남편을 믿었습니다. 또 사실은 대학을
중퇴했다고 하더군요. 실망은 했지만 학력이 중요한건 아니라고 생각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유독히 저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셨던
아버지는 돈 한푼 벌어놓지 않은 저를 부족함 없이 채워서 결혼을
시켜 주셨지요.
8 개월 정도 흘렀을때... 생각하면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무통장 입금증이 여러개 눈에 띄였습니다. 시누이 앞으로...
전화해서 물어 봤지요. 자기 친구한테 남편이 꾼돈이라고 ...
아빠가 주신 돈을 털어 갚았습니다. 얼마 있다가 남편 지갑에서
계약서를 보았어요. 뭔가 물어 봤더니 아파트 월세 계약서더군요.
그때 마침 큰 시숙이 간암이라고 판정이 난 상태여서 암말도 못하고
남편만 믿었습니다. 그래... 사업체가 있으니까...
근데... 종업원으로 있던 사람 앞으로 60만원씩 적금을 넣어준 통장
을 발견했습니다. 그 아버지에게 3000만원의 돈을 빌려서 그 이자를
친절하게 적금을 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전 그때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20만원씩 생활비를 받았고 돈이 많이
필요할때면 그때 그때 타서 생활했습니다. 생활비를 아끼고 친정에서
아빠가 가끔 용돈을 주셨기 때문에 적금을 들어놓은것이 있어서
그것으로 갚아야지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이 싸우긴 했지만
남편이 워낙 착한 사람이고 부모 도움 없이 그래도 살려구 노력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스스로를 다스렸습니다.
아이도 생겼구 그때까지도 전 친정에서 쌀이며 반찬거리며 눈치도
보지 않구 당당하게 마치 제 살림처럼 가져다 쓰며 살았습니다.
그사이 대학중퇴조차도 거짓이었다는게 들어났구요.
집안 내력이 간이 안좋아 큰 시숙이 간암으로 돌아가시고,
작은 시숙도 간경화이고, 남편과 시누이 들도 모두 만성 간염이더군
요. 앞이 캄캄했지만 그 전에 들어둔 여러가지 보험들을 위안삼았
습니다. 근데... 제가 들어둔 보험이 2년 가까이 연체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친정에서 돈을 가져다 그 보험들을 모두 부활시켰지요.
500가까이 되는 돈이었어요.
적금도 타고 친구들과 같이했던 곗돈도 타고 해서 3000만원의 빛을
갚았습니다.
IMF가 터졌습니다.
작은 시숙이 경제 사범으로 형무소에 들어가게 되었다고했습니다.
그때까지 우리 집을 전세로 옮기기 위해 따로 모으는 돈이 있다는
남편말을 믿고 있던 제게 시누이들이 와서 돈을 보태라고 하더군요.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도 몸아픈 사람 감옥에 들어가게 할 수 없어서
돈을 보태자고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하하하... 이게 웬일입니까....
돈이 없데요. 하나두...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습니다.
그것만 믿고 살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남편말은 한마디도 믿을 수 가 없더군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알아봤습니다. 친구를 통해서...
신용불량자로 찍힌건 이미 오래되었구 결혼하기 전에 다른사람을
보증세워 연체된 이자만 500 만원이 넘었더군요. 원금까지 1500...
그래서 보험들을 대충 정리하고 아이앞으로 들어두었던 적금과
친정에서 빌려서 모두 갚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같은 집에서 살면서도 방을 따로 쓰는 남남이 되었습니다
전 장녀고 아이가 있어서 그렇게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무진장 밉고 싫었지만 한편으론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
불쌍하더군요.
전 집에서 아이들 과외를 했습니다. 하나 있는 아들 녀석 교육비라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게 4년이 흘렀습니다. 생활비 한번 시원하게 가져다 주는 적이
없었지만 그때 그때 친정이며 친구들 도움으로 대충 살았습니다.
어느날 부터인지 저보구 돈을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이젠 없다고 딱 잡아뗐습니다.
근데... 지난 년말 드디어 일이 터졌습니다.
사채를 썼다고... 그 무서운 사채를 5000만원이나 썼다고...
전 억울합니다.
결혼생활 8년...살면서 남편이랑 여행한번 제대로 간적도 없고
남편 친구 얼굴조차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고
남편 통장 한번 본 적이 없고
친정 부모님께 명절이라고 선물 한번 해본적이 없고
매일 10시가 넘게 일어나서 밤 12시가 다돼야 들어오는 남편때문에
아이와 전 남들처럼 저녁한번 제대로 차려놓고 먹은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 이혼을 결심했지만 남편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당장 갈곳이 없어요.
전 친정이라도 들어가 살면 되지만 남편은 아무데도 갈곳이 없습니다
난 이제 겨우 서른 네살인데 사랑도 미래도 경제력도 없는
남편을 믿고 살기엔 제 인생이 너무 억울합니다.
물론 아이도 불쌍하지만.... 아이를 위해 아버지라는 존재를
그런모습이라도 옆에 두어야 하는 건지...
이제 제게 남겨진게 텅빈 통장과 애비없는 자식과 병든 내몸뿐이라니...
너무 긴얘기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