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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힘들땐 냉정해지는 남편


BY 초보주부 2001-02-08

설날아침 이제 어떻게 사냐고 죽는소리를 하시던 시부모를 생각하면
알뜰하게 살면된다는 결심하나로 맘놓고 회사를 관두지도 못하겠다.

아기는 곧 태어나지만
우리만 믿고 대책없이 사시는 시부모 때문에도 그렇고...
그렇다고 대놓고 곧모신다고...도와드릴겠다고 이야기하기도 싫고...
아기를 맏기기도 싫다.
또 얼마나 바라고 얼마나 내맘을 뜯어놓을까싶어서....

하지만 어떻게 모른척하고 또 나마저 대책없이 살수있겠는가?

걱정하나없이 살던 내가
결혼하고부터 세상에 태어나 내 자식이 아닌 남의 부모땜에
아기냐 회사냐 전전긍긍하면서 혼자 고민하고있다.
예전의 패기는 다 어디로가고 회사에서도 결혼,임신,출산휴가때문에
당해오고 또 앞으로당할 부당함에 떨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있다.

가만히 생각하면 다 남편하나 만난죄 같다.
신랑을 만나서 나도 결혼이란걸 하고 아기란걸 가지며 새록새록 행복을 느끼고 사랑이 뭔지를 알고...평범한 행복을 누리게 해줬지만
그 댓가가 왜 나한테만 주어지냐고 소리치고 ?럽?

이기적인지 모르지만 남편이 나와 아기를 부양해야하는 의무는 내가 아닌 다른 어떤 여자였어도 겪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나와 우리 친정을 만나 그는 작지만 우리만의 공간도 가지고 낡았지만 우리 소유의 차도 엄마에게 받고 그 외의 도움도 너무 많이 주셔서 그는 예전보다 나아지지만 난 뭔가?
내가 시부모에 대해 느끼는 부담은 그의 부모가 너무 무책임하게 살아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한다.
내가 왜 그들의 무책임한 삶을 대신 떠맡아야 하는가?

제발 뭐라고... 뚜렷하진않아도
대책이라도 세워주거나 아님 따뜻한 위로라도 한마디 해주면 좋으련만
다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마치 남의 일인양....

누구보다 내 사정을 잘알고 내 지금 심정을 잘알면서도
모르는척하는게 미덕인양 말한마디 꺼내지않는다.
그렇담 내가 나 편한대로 다 결정한다면 그건 순순히 따라줄까?

어젠 신랑 회사의 인사 이동때 신랑이 유리한팀으로 옮기라고....
나대로 들은바도있고 해서 신이나서 '잘할수 있을거라고....옮기도록 노력해보라고....'했다.
신랑이 대뜸하는말이 '니 일이나 잘알아서 하란다.자기일 상관하지말고...'

내 일?
그게 어떻게 나만의 일이고 자기만의 일인지...

그리곤 한다는 말이 '죽상'하고 있지말란다.

그럼 난 아기문제,시댁문제땜에 속상해도 항상 생글거려야 한단 말인가?
당연히 맏며느리니까,내 팔자니까...하면서?

평상시 이런 문제만 안나오면 우린 더없이 좋은 사이다.
남들이 부러워 할만큼...

하지만 내가 좀 힘들거나 다른 문제가 생겼을때 우리 신랑은
정말 옆자리 회사 동료보다도 냉정하다.
그래도 친구나 동료들은 귀기울여 끝까지 들어주기라도하지...
우리 신랑은 내가 심각한 표정만지으면 전투자세를 취한다.

어젯밤엔 너무 친정엄마,언니 생각이 났다.
어렵게 모아 넓힌 우리 새 전세집도 내집이 아니었고
옆자리에 누워 괜히 내 배를 쓰다듬으며 우리 아기를 느끼는
우리 신랑의 손이 남처럼 느껴졌다.

결국은 또 나혼자 울기도하고 삭히기도 하면서 웃는 얼굴로 돌아가야하나?

너무도 현실적인 나...
그걸 우리 신랑이 더 잘안다.
결국은 우리 경제 사정땜에 관두지도 못할 나를 잘알고
아기도 잘 알아서 최선을 다해서 혼자 잘 키우리라는것도 잘안다.
어떤 경우에도 내 맘대로 내 감정대로 저지르질 못하는 나도 잘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