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127

결혼하고 성질버린 여자


BY piglet70 2001-02-08

정말이지 저는 결혼하고 성질버리고 입도 걸어진 여자랍니다.
물론 이편지 저편지 읽어보니까 저같은 분들도 많으신듯합니다.
결혼전엔 모든걸 순수하게 생각하고 솔직하게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았는데 이제 결혼 5년차 주부가 된 지금 이 마당엔 다른 사람, 특히 시부모님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베베 꼬아서밖엔 안들리고 시어머님이 워낙 말을 베베 꼬아서 하는데다가 남얘기하듯하면서 자기 며느리들으라는 식으로 하시는 분이라 나도 닮아가네여.

예를 들면 누구네 며느리는 너무너무(진짜 강조하면서)착해서 시어머니를 이렇게 저렇게 모시느니 결혼할때 이런 저런 예단을 해왔다느니 누구누구는 딸 시집보낼때 1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썼다느니...
정말 끝도 없이 몇년을 들어왔답니다. 이제 시어머니는 레파토리가 약간 달리시는지 조금 들 한것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막강합니다.
그러다보니 듣는 저의 자세는 뜨..하기만 합니다. 반응을 하려고 해도 벌써 속이 부르르 떨리고 무슨 말하려는지 잘 아니까 좋은 반응도
안나오고 대답도 하기싫은 상황인데 무시하고 있으려니 좀 그렇고 해서 겨우 네..한마디 하면서 무표정하게 듣고 있답니다.
왜그리 다른 며느리랑 비교하길 좋아하는지. 우리 시엄니 말을 듣고 있자면 세상에 나만 못된 며느리고 나머지 며느리들은 모두 착하고
완벽하고. 나도 할만큼은 해왔는데 누구네 며느리는 시어머니 고급자동차에 뭐에 사왔다는 말도 안돼는 얘기나 하고 계시니..
난요. 우리 시어머니처럼 세상사람들 모두에게 착한척하시고 자기 남편이랑 아들이 세상에 최고인 사람들 제일 싫어요.
내가 아프다고 하면 자기는 여기저기요기조기가 아픈데 말안하고 참는 다면서 여자는 다 아프다고, 안아픈 여자없으니 알아서 입다물고 있으라는 식입니다.
자기 아들 밥한끼 안먹으면 세상 무너지는 듯 난리하시고 손주가 조금만 아프면 에구에구하시면서 유난을 다 떨면서 며느리 아프면 그냥
덤덤하시고 기껏 약사다먹으라고 하십니다. 그나마 요즘 좀 나졌지만.
하지만 결혼하고 시집살이하면서 성질은 다 버리고 드러운 성질만 생겨서 나도 이젠 만만치않게 남 괴롭히는 방법을 습득하게 되었지요.
돌려치기, 뒤치기 방법도 다양하게 구사하시는 우리 시어머니 덕분.
전 아들이 없지만 아들을 낳을까봐 겁도 납니다. 나도 나중에 그런 시어머니되어서 내 며느리 성질 배릴까봐.
특별히 비교당할 일도 없건만 사사건건 비교하고 다른 집 며느리
도대체 왜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시죠?
이거 보시는 분중에 장래 시어머니나 현재 시어머니이신 분은 대답좀
해보세요. 내가 자기 아들보다 못나길해. 시집올때 돈을 안쓰길해,남의 집 며느리칭찬에 입이 부르트는 시어머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죠?
주변에 그런 시어머니들도 꽤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정말 우리 애만 아니면 나 예전에 일쳤을텐데 어찌 어찌 하다보니 지금은 잘 삽니다. 다만 마음속의 응어리와 한은 여전하고 그 때 얻은 위장병으로 요즘도 고생하면서 살 뿐이지요.

시어머니만 아니면 난 행복할꺼야. 이게 제 생활의 신조랍니다.

고만 괴롭히시고 저좀 이쁘게 봐주시면 안되요?
이쁘게 안보이신다면 재벌집 며느리를 새로 들이시던가.
자기아들한테 시집올 재벌집 딸이 어디있어?
겉으론 있는 교양 없는 교양 다 떨면서 어쩌면 그렇게 돈돈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휴... 속이 다 시원하네.
언제 그만 두실지몰라고 하루속히 포기하시고
소박한 꿈을 갖으시길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