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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편


BY 한숨만 2001-02-09

우리 남편은 절대 밥달란말을 안합니다
그냥 지켜봅니다
"니가나 언제 밥주나 보자"하구요
일요일 같은 경우
아침이 좀 늦어지면
밥 언제 되느냐
배고프다 소리 한마디 안하고
내가 아침 준비하는 옆에서
라면을 끓입니다
그리곤 냄비채
가지고 가서는
식탁도 아니고 방바닥에 펴 놓고 먹습니다
내게 시위를 하는거지요
눈치없는 아이들이 달라고 하면
주긴 주는데
벌써 얼굴이 안좋지요

난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그러다 화를 못참으면
라면 그릇 김치 그릇이 날라가니까요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계모 밑에서
큰엄마 밑에서
음식으로 설움을 받았답니다
어릴적에

그걸 나한테 퍼붓는거지요
회사에서 회식 있다고 해서
남은밥 먹고
아침 준비하고 자다가
날벼락 맞은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회식 자리에서도 밥은 안먹는답니다
술만 먹고
12시가 넘어도꼭 밥을 먹습니다
반찬이 소홀하거나 국이 없으면 또 난리를 칩니다

언제나 밥을 해놓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네요
저도 직장을 다니니까

자기 기분 좋으면 라면도 그냥 넘어가고
술자리에서 동료들과 기분이 안좋으면 그걸 나한테 푸는거 같애요

밥솥채 갖다 놓고
김치를 손으로 집어서 퍼먹고
어떨때 보면 정신병자 같애요

결혼한지 10년 가가이 되도
"밥 먹자"
이거 맛있다"
소리를 한번 못들어 봤습니다

언제나 트집만 잡으려고 하고

같이 밥을 못먹습니다 불안해서
상 차려 놓으면
화난 사람처럼 와서는 한숟가락 먹어보고'조미료 가져와라'가 기본 입니다

남들은 맛있다고 하는데
제남편은 한번도 그런 말을 안하네요
인제는 해주기 싫어요
늦게 와서 밥 먹을때는
그소리도 듣기 싫습니다

다 해존 반찬이라도
자기손으로 차려 먹는다는건
정말 꿈같은 얘기예요

밥달라고 하는걸
아주 자존심 상하는일로 아는거 같애요어릴적 계모가 반찬이 썩어서 버릴지라도
자기는 안줬다고 술만 먹으면 하소연을 하고...

한편으론 불쌍하다 생각 되지만
인제 나이가 30이 넘었는데
스스로 극복해야 하지 않나요?

오늘도 술자리가 있다고 해서
아이들과 먹고 있다가
남편이 왔어요
저녁 준비하는 30분을 못기다리고
뜸 덜든 밥 한그릇
커다란 바가지에 퍼다가
고추장에 비벼먹고는
다시 나갔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답답해서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