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입춘도 지나고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도
이미 지난 지 오랩니다.
베란다의 연산홍은 계절을 잊고 겨우내내 붉은
꽃을 피웁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아직도 꽁꽁 언 시베리아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눈사람입니다.
그 동안 바쁘게 살았습니다.
나를 느끼지 못한 채 오직 남편과 자식 그리고 시댁
사람들의 칭찬을 받기위해 처절하게 살았습니다.
이제는 나를 찾고 싶습니다.
거울을 보았습니다.
그 속에 낯모르는 초라한 여자가 들어 있었습니다.
꼬불꼬불한 파마머리에 흰머리카락이 반이나 섞인 중년 여자.
눈 꼬리는 추~욱 늘어지고 얼굴엔 굵은 주름 투성이.
오직 일하기 위해 태어난 여자는 언제나 편안한
츄리닝 차림이었습니다.
봄과 함께 칙칙한 츄리닝을 벗으려 하지만
이미 늘어난 허리와 뱃살은 그 무엇으로도 가릴수가 없었습니다.
여인의 남편은 몹시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았습니다.
혀를 차면서.
여인은 정신 마저도 이상해졌나 봅니다.
매일 사용하는 가스렌지의불 끄는것도 잊어버려
빈 후라이팬이 지혼자 불타고 있는것입니다.
세탁기에서 탈수된 빨래는 며칠이 지났는지 아예
꼬깃꼬깃 구겨진 상태로 바싹 말라 있습니다.
놓으면 꺼질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고이고이 키워논 자식은
저 혼자 큰 줄알고 에미는 자기일에
관여하지 말랍니다.
그저 달라는대로 돈이나 척척 대주면 좋은 엄마인가봅니다.
내 인생은 무엇이랍니까?
흑싸리 껍데기만도 못한 인생.
어디서 나를 찾는단 말입니까?
내 청춘 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