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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가기가 싫어여....


BY rain 2001-02-24

전 결혼한지 2년된 새내기 주부에여....넘 답답해서 누군가한테 얘기하고 싶어서요.

전 첨엔 친정이란 곳이 그저 좋고 편한 곳인줄만 알았는데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더군요.

친정부모님은 항상 많이 싸우셨어요. 술, 친구를 넘 좋아하시는 아빠가 연세가 드시면 좀 나아지실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군요.
늦게 만취가 되어 들어오셔서 엄마하고 싸우는 소리가 넘 싫어서 이불로 귀를 막고 잔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그게 항상 저의 가장 큰 스트레스였어요.
게다가 몸도 좋지 않으신데 계속 술을 드시니 공부가 많이 남아있는 두 남동생 뒷바라지를 제대로 다 하실수 있을런지 걱정이에여. 사실 돈도 많이 버셨었는데 친구들 한테는 참 인심좋은 친구셨지만 엄마한테 돈 가져다 주시는데 참 인색하셨어요. 술로 몇백만원씩 카드를 쓰셔도(물론 아빠 말씀대로 사업때문에도 그러셨겠지만) 생활비로는 150만원도 아까워하셨거든요. 엄마가 아이셋 키우면서 조금씩 저축해서 목돈이 되면 아빠사업때문에 받은 대출금을 아빠가 해결을 제대로 못하시니까 거기다 쓰시고....노후대책도 없구요...

또 아빠 성격이 너무 불같아서 식구들 중에 아빠한테 하고싶은 얘기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정말 지금까지 아빠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들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아빠한테 표현해본적이 없어요. 엄마한테 폭력까지 쓰시던 아빠에 대한 제 감정은 정말 말로 하기 힘들어요. 물론 아빠도 얘기안해도 어느정도는 아실테지만 지금 이정도일줄은 모르시겠죠.

전 아빠때문에 정말 결혼도 안하겠다고 다짐까지 했었는데 정말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했어여. 정말 잘해주고 예뻐해주거든요.
친정은 서울인데 전 결혼하고 서울서 살다가 지방으로 이사왔어요.
1년에 3-4번 정도 친정에 가는데 그때마다 넘 넘 마음이 안 좋아요. 항상 늦게까지 술드시고 엄마랑도 여전히 자주 싸우세요. 제가 엄마편에서 한마디라도 거드면 노발대발하시면서 화를 내세요. 그래서 전 친정갈 때마다 아빠랑 싸웠어요.

이런 분위기때문인지 군대가 있는 동생은 휴가나와도 집에 잘 안있으려고 하고 작년에 수능을 본 동생은 공부도 그럭저럭 했었는데 저 결혼하고 형 군대가고 혼자 남게 되서 그런 분위기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는지 성적이 바닥까지 떨어지더군요.

신랑이 내일 또 보름간 출장을 간데요. 신랑은 혼자서 자는 건 안된다고 꼭 친정에 가 있으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너무 싫어요. 여긴 이사하면서 처음 온 곳이라 친구도 하나없지만 그냥 여기서 지내고 싶어요......사실 친구들도, 엄마도 많이 보고싶은데.....

엄마만 아니면 그냥 친정이랑 발끊고 살고 싶어요. 정말 친정일만 아니면 맘편할 것 같은데.... 또 친정일로 어두운 얼굴 보이는 것도 신랑한테 미안하구요. 정말 친정이 편하다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워요. 그것도 복인거 같더라구요.

엄마가 넘 안쓰러워요. 그런 아빠땜에 고혈압이 생겨서 항상 고생하시지요. 호강한번 제대로 못하고 여전히 맘고생하시니...

넘 답답해서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썼어요.
이래도 가야겠지요. 이번에 가서는 엄마가 편하게 있는 모습보고 정말 아무일 없이 지내다 왔으면 좋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