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괴로워 하는가?
왜 남을 미워하고 남편에게 눈을 흘기는가?
앞으로야 더 살아봐야 알 일이지만 남 보기에 뭐가 걱정인가
다른 대다수의 내 또래 여자들에 비해 큰집에 사는나
돈 잘 벌어오는 신랑
바람을 피나, 때리길 하나, 노름을 하나, 아들이 없나.나는 행복한가
누구는 내가 가진걸 샘내고,질투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꼬운 듯 말한다
시집 잘 갔다고 또 누군가는 그랬다. '넌 행복할 조건을 일단 갖추었다' 고
남들은 별 생각없이 말한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말이란 건 아다르고 어다르다. 이것은 내말이 아니고 격언이다.
격언은 위대함은 하찮은 세상사의 진리를꿰고있어 갈수록 그 별 것없는 진
리를 깨치는 데 우리는 만만찮은 대가를 치르곤 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은 하찮은 생활 속의 진리 , 격언과 속담으로 요약된다.
이야기가 빗나갔군
나는 왜 괴로운가
다른 사람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날 괴롭게 하는가, 아니면 내가 날 괴
롭히는가, 다른 사람이 날 괴롭혀도 내가 털어 버리면 그만인 것이 아닌가
이 간단한 문장속의 말들을 실천한다고 할 때 그것은 지난한 일이다. 모두가
부처가 될 수는 법. 그 흉내도 어려운 법
원수를 사랑하고. 미운 놈 떡하나 더 주는 도(?)의 경지에 나는 이르지 못한
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아니면 그런 도의 경지에 이른, 철든사람이 끝내
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사람은 다 생긴대로 산다. 누군가 내 뱉듯이 그랬다. '제 가락대로 산다'고.
너무나 거칠고세련되지 못한 표현이지만 간단 명료한대로 맞는 말이다
그래 그렇게 살다 가면 되지 뭐,
도대체 나는 왜 괴로운가.
글쎄, 나는 기운이 없다.
내가 화를 내면 왜 화를 내는지 전혀 이해를 못한다. 남편이 말이다
화를 내는 내가 잘 못인가
나는 무슨 말을 들어도 마음 좋게 웃어넘겨야 되는가
은근히 마음 상한 말부터, 어머나 싶게 교양없는 말을 지나, 살아온 내 인생
을 돌아보게하는 약간은 모욕적인 말(하긴 20세기의 천민인 아줌마에게 인격
이 있을까마는)을 거쳐 그야말로 바닥의 욕까지, 내 인격과 행위가 그 욕에
과연 합당한가는 별개의 문제다
나는 왜 욕을 듣고 분해하는가
욕을 듣고 화를 내는 나는 이상한 사람인가
나는 욕에 익숙하지 않다. 단련이 되어있지 않다. 오히려 '아무리 화가 나도
이런 말은 하면 안돼' '사람은 말을 할 때 항상 남의 입장을 생각 해야돼' '말
한마디로 천냥 빛을 갚는단다' 그렇게 듣고 자라 그것은 곧 내 생각이 되었
다.
내 욕을 서슴없이, 다른 사람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할 때, 화를 내는 나는
정말 '따지기 좋아하는 피곤한' 사람인가? 그 욕이 자꾸 기억이 나서( 참고로
나는 기억력이 뛰어난 편이다) 몇 번 되묻고, 화가 나면 또 묻고, 그러면 그
게 '되새김질' 이 되는가? 그래 좋다. 어쨋든 자꾸 다시 말하는 건 되새김질
이 맞다. 왜 되새김질을 하는가? 내 생각에 내가 정말 억울하고 분한 욕을
듣고 난 뒤 사과를 받아 본 적이 나는 맹세코 없다. 물론 미안한 기색도 없
었다. 그 분한 마음을 어느 정도 희석 시킬 만한 그 무엇도 없었다.
왜냐?
저 여자는 마누라니까, 펄펄 뛰어봤자 어쩔 수 없을 테니까, 낚은 고기 밑밥
주는 미친 놈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냐? 밑밥은 고사하고 내 맘대로 지껄였
더니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사람을 깔아 뭉개고 비웃어도 되고 그래 이게
바로 권력이라는 거구만.... 뭐 그런 생각을 하지않았을까 싶다
나는 왜 분개하는가
되새김질(동물적인 이 표현이 나는 싫다)을 하다보면 '너 같은 건 부랑한 남
자른 만나서 실컷 두들겨 맞고 살아야 된다나?
나는 왜 두들겨 맞고 살아야하나
내가 바람을 피웠나,노름을 했나 , 나는 폭력을 정당화 할 생각은 없다. 하지
만 세상에는 정말 맞아 싼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맞아 싼 사람인가
욕을듣고 길길이 날뛰고 ( 그 욕이 어떤 욕인지는 차마 내 입으로 말하고 싶
지 않다) 대들면 두들겨 맞아야 되는가? 차라리 두들겨 맞든 죽든 그렇게 되
도록 날 놔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두들겨 맞을 수도 있고 그게 소원이었으
니 시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여기서 고백할 것이 있다.
그러면 나는 어떤 인간인가. 어쨌길래 그런 욕을 듣고사는가
나는 한 마디로 불완전한 인간이다.
두마디로하면 잘 난 것도 없고 그렇다고 그렇게 못난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4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큰 대과없이 산 것은 부모님의 음덕으로 알고 있다
지난 1년을 힘들게 보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아이러니칼 하게도 내가 그동
안 남에게 얼마나 잘 못하고 살았나 하는 것이다. 내입장에서 보면 큰 잘못
은 아니라고 자위하고 싶지만,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이 상처를
주고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던가를 생각하니 이 모든 괴로움이 내게서
비롯되어 다시 내게로 돌아온 듯 느껴졌다
그런데도 내 잘못을 느끼면서도 남을 쉽게 용서할 수 없는 이 심보는 무엇
이란 말인가.여전히 괴로움은 남는다
이야기가 또 빗나갔군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이대로 계속 욕을 얻어먹고 (물론 때리지는 않는다. 내가 분해 때리고 꼬집
은 적은 종종 있다) 내가 제 풀에 풀어져서 먼저 말하고 그렇게 지내야 되
나. 억울함도 쌓이고 쌓이게 되면, 무엇이든 한계가 있듯이 어느날은 정말
별 것 아닌, 가랑잎 정도 무게의 분노를 못이기고 폭발한다, 그러면 나는 또
정신병자 소리를 들어가며, 밥그릇에 눈물을 떨구어 가면 밥을 먹는 나 자신
을 발견한다.
나는 말한다. 때린는 것만 폭력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중의 하
나가 인간의 세 치 혀라고 어른들은 말한다. 내가 보기에 그는 물리적인 폭
력을 피하고 세 치 혀로만 욕하고 저주를하고 악담까지 덤으로 하면서,정말
이지 집에서 까지 말조심하고 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치사한 변명을 늘어
놓는다
그 사람은 왜 그런가. 물론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머리 꼭대기에서 물을 부어 보라. 어디로 흐르는가
발 끝으로 간다 부모의 언행은 그래서 자식에게 중요하다. 자식을 낳으면 부
모는 싫어도 어른이 되어야한다. 시댁식구들이 세트로 내게 가한 악담과 저
주는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언급하지 않겠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