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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둘째도 딸인것 같다고 글 올렸는데, 그 후의 이야기 입니다.


BY 예림 2001-03-25

병원에서 둘째도 딸같다는 소리를 듣고 그 순간 얼마나 실망을 했던지

친정엄마와 남편을 붙들고 무지 울었읍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울 남편에게 근무중 전활 걸어서 울음을

터트리고 맘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나의 철 없음이 너무 부끄럽더군요.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정말 독한 맘을 먹을 생각도 있었지요.

그런 나의 맘을 한편으로 이해하면서도 남편은 차마 어찌 그럴수 있겠냐며

저를 설득 하더군요. 결국은 않되겠는지 남편은 이곳 아컴을 통해 "여보 나

야"란 아뒤로 그런 저에게 길고긴 장문의 편지를 올렸더군요. 가끔

속상한 일이 있으면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알았던지 혹시나 제가 올린

글이 있나 하고 들어와 봤다고 하더군요. 마침 제가 올린 글이 있었고

남편은 그 글 내용을 보고 제가 올린 글인줄 알았던거죠.





정말 많이 울었읍니다. 그리고 제 밑으로 답글 달아주신 많은 님들께

고맙다는 말씀드리고 싶구요. 특히 "바람소리"님의 한마디 한마디는

정말 정신이 번쩍나더군요.

정말 부끄럽읍니다. 남편에게 편지를 받고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했읍니다.

아이를 지우지 않기로요, 지금 임신 15주이고 손가락을 꼬물 거리는

모습을 본 저로서는 막상 지우러 병원에 간다 했었도 그냥 포기하고

다시 돌아왔을 거예요. 그만큼 저도 천성이 모질지를 못하거든요.

남편은 그럴줄 알았다고, 너가 그렇게 독하지 못한 여잔줄 미리 알았고

하더군요. 남편은 사실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줄까도 생각하면서 아이

의 초음파 사진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죠, 지금 뱃속 아일지우고 다음으로 아들을 낳았다고

해도 지워 버린 아이는 평생 맘 속에서 자리잡고 있을것만 같더군요.

아주 초기에 뱃속에 점하나만 달랑 직힐 정도가 아니라 이제 손,발이

다 달리고 완전하진 않더라도 기본 인간의 틀을 갖춘 아일 제 손으로

죽일 수는 없더군요. 요 몇칠 동안 내가 뱃속에 아이에게 무지무지

죄를 지어서 그 죄를 사하려면 부지런히 태교에 열중해야 할것 같네요.

많은 세상의 편견들로 부터 남편은 바람막이가 되어준다고 하더군요.

저는 정말 행복한 여자인것 같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