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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란 세월의 허망함...


BY 나두 속상해 2001-04-18

돌아오는 23일이면 결혼 7주년이다.
하지만 그동안 행복했다는 기억은 별로 없다.
23살의 어린나이로 9년이나 연상인 남자를 만나 어렵게 시작한 결혼 생활.
그러나 그남자는 왜그렇게 잘났는지 모르겠다.
처음 2년은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경제 능력없는 시아버지와 아버지의 몫을 해내기 위해 밖으로 일다니는 불쌍한 시어머니 대신 살림을 맡았다.
결혼과 동시에 임신이 되었고 내 한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은 속속들이 터졌다.
시어머니가 엄청난 빚을 지게 되었고 외곬수 시아버지는 내마음을 힘들게 했다.
물론 어머니의 스트레스해소 상대도 내 차지였다.
하지만 그때의 일들은 남편에 대한 사랑과 믿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견뎌 낼 수 있었다.
결혼전 싱싱하고 예뻤던 나의 모습은 결혼 생활 단 1년만에 깡마른 말라깽이의 볼품없는 여자로 변해 있었다.(약 10키로의 몸무게가 줄었다)
하지만 남편도 서서히 변해갔다.
난 그게 남편도 자신의 처지가 부담스러워서 라고 생각했다.
그런 남편을 위로하기도 하고 너무 안쓰럽기도 해서 무조건적으로 잘 해주었다.
문제는 그거인 듯 싶다.
외아들로 자라 받는데 익숙했던 남편 한고집하는데다 독선적이기까지 해서 남들과 싸우기 일수다.
가정환경을 운운하는 어른들의 속깊은 뜻을 이제야 알것 같다.
우리 시아버지 평생 백수였다 하신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남편 돈버는게 크나큰 위세다. 자기도 직장 그만두고 몇개월이나 놀때도 있었으면서.

모든 사람을 자기 아래에서 설설기게 하고 싶어하는 남편.
아이들을 쥐잡듯이 잡는다.
우리 큰아이 집에만 들어오면 세상에 없는 눈치 꾸러기이다.
아빠가 출장 간 날이 젤 좋단다.
28개월된 우리 작은 아이 참고로 여자다.
엊그제 징징거리다 아빠에게 따귀를 맞아 얼굴에 손바닥 모양의 멍이 들었다.
그걸로 내가 남편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 보라고...내 마음속에서 당신을 떠나 보낼거라고. 아이들의 엄마로만 살겠노라고.
남편하는말 그게 아이들 키우는 자기 방식이란다.
왜 나에게 그대로 따라주지 않느냐고...
남편은 자칭 공산당이다.
가족을 원하는게 아니라 자기 말에 무조건 복종하고 따라 줄 당원을 원하는 것이다.
나는 자기를 다라주는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아니란다.
내가 말했다. 집안식구들을 모두 눈치꾸러기로 만들어야겠냐고?
그의 대답은 자기도 우리 눈치를 보고 산단다.
언제? 웃음만이 날 뿐이다.
2년전부터 여자문제로 티격태격하던 우리 부부...
남편 들켜서는 안될 자기 자존심이 너무도 상하는 일들을 나에게 들켜버렸다.
그래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오히려 더 화를 내는 남자였다.
자기 물건 뒤져 봤다고.
채팅하던 중학생과의 전화통화도 들켰고 또 호텔에서 긁은 카드며 여관 영수증도 들켰고 지갑속에 몰래 붙여 다니던 입술모양의 여자 부르는 스티커도 들켰다.
채팅해서 만났다는 여자를 전화로 직접확인했는데도 아니란다.
자기가 눈치를 본다면 이런 지은죄 때문이 아닐까?
한심하다.
내자신이...
난 정말 이제 그를 내게서 철저히 떠나보낼 것이다.
자기는 변하게 아무것도 없고 항상 그자리이며 나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이고 언제라도 사랑하는 사람이란다.
내가 못느끼는데 무슨...
내 기준으로 자기를 평가하지 말라는데 그럼 어떤 기준으로 남편을 봐야 하는건가?
아이들 가슴이 멍드는게 젤 힘들고 마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