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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속상해여.


BY 며느리 2001-04-19

전 결혼한지 이년되는 스물 다섯의 아줌마입니다.
결혼할 당시 저는 대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지금생각하면 뭐가 그리 급해 결혼을 그리 일찍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제가 아는 미국인 친구에게 한국의 며느리들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Oh my God!"가 바로 튀어나오더군여. 자기는 한국 남자와 절대 결혼 안한답니다.

시댁식구들....
며느리들은 왜 이렇게 살기 힘든 존재들인 걸까요? 신경 쓴다고 써도 그건 당연한 일이 되어버리고, 조금만 소홀하면 천하에 못씁 인간이 되어 버립니다. 여자들의 사고가 깨이면 깨일수록 현실에 불만을 느끼게 되고, 남자들은 배우면 배울 수록 자기 집에 좋은 아들노릇 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집에 절대 싫은 소리 못하죠...

사실 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복받은 결혼 했다고 합니다. 저희 시부모님 저한테 잘해주십니다. 종교상의 문제로 따로 제사가 없는 집이라서 그런지 명절마다 음식하는 걱정 해본적 없습니다. 시아버님은 며느리 불편할까봐 신경 많이 써주시고, 힘든 일 너무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남편은 2남 1년(아들, 아들, 딸)인집 장남인데.. 형제들은 전부 서울에서 대학나오고, 직장 다니고 있고 부산에 부모님만 사십니다. 이렇게 멀리사는 자식들 불편할까봐 생신때도 내려오지 말라고 하시는 분들이니.. 사람들이 절 부러워할만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는 감정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선 저는 결혼하자마자 시누이와 같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시누이는 저보다 겨우 한살 어립니다. 다들 그렇듯이 저도 우리집에서는 곱게 기른 딸인데... 나이도 비슷한 시누이와 한집에 그것도 신혼집에 데리고 살라고 하시니 저희 엄마 당연히 펄펄 뛰셨습니다. 요즘 그런 경우가 어디있냐고 말이지요. 저희 시동생은 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그러니 오빠하고 여동생하고 둘이 살면 될텐데... 도련님은 일하는 사람이니 번거롭다고 저보고 데리고 살라고 하십니다. 우리 애기(시어머니는 아가씨를 그렇게 부르십니다)좀 편하게 살게 하고 싶으시답니다. 우리 부모님 입장에서는 다른 오빠도 있는데 그 오빠는 혼자 살게 하고 굳이 아가씨를 신혼집에 들여보내는 것이 이해가 안가시는게 당연하지요. 그러나 제가 울고불고 해서 어떻게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어머니 제가 돈 안해서 집 작은거 했다고 생각하십니다. 얼마전에는 전화하셔서 올가을에는 친정에서 돈해다가 넓은집으로 옮기랍니다. 정말 하늘이 노래지더군요.


그뿐이 아닙니다. 올 가을 울 도련님 결혼하는데.. 새로 들어오는 사람한테 얘기 하기 좀 그렇다면서 저보고 아가씨 시집갈때 까지 데리고 살랍니다. 그게 당연한거라나요. 누구는 신혼때부터 아가씨 눈치보고 살고(참고로 우리 아가씨는 매일같이 우리 어머니하고 통화하면서 우리 부부가 어떻게 지내는지 미주알고주알 하는 사람입니다)누구는 신혼재미 알콩달콩하게 살고... 도대체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꼬였냐 하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게다가 분명히 합의하에 예단도 안하고 함도 안받기로 했던건데, 작은 며느리가 해오기로 한 예단 얘기 은근히 하시면서 절 무시하십니다. 솔직히 저희 친정이 능력 없어 예단 안한거 아닙니다.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라서... 좀 건전하고 부모님께 부담 드리는 결혼 안하겠다는 생각으로 안하고 안받기로 했던 것인데.. 지금은 제가 함 안받은 사실은 없고, 예단 안해온 서운함만 계신 것 같습니다.

최근 가장 고민인 것은..
저희 시댁.. 학벌 무지하게 밝힙니다. 친척들도 다들 좋은 학교에서 석사, 박사... 다 이렇습니다. 물론 저희 신랑 형제들도요. 그 사람들과 비교해서 절 은근히 아니지.. 학교 이름까지 거론하시면서 대놓고 무시하는건 도저히 못견디겠습니다. 솔직히, 잘난척이 아니라 저 공부 잘했습니다. 제가 나온 학교도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좋은 학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못가서 안달하는 학교라 이겁니다. 그러나 저희 시부모님 눈에는 저는 그저 3류 일 뿐입니다. 나름대로 똑똑하고, 능력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저는 이제 열등감 덩어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얼마 전 전화하셔서는 친정에서 학비 받아서라도 대학원가고 아무리 못해도 석사까지는 하라고 하십니다. 우리 집은 다 그렇다면서....

제 친구들... 이제 한창 연애하고 사람 소개받고 하는데..
저는 결혼 생활에 회의 하면서 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다는게 정말 싫습니다. 방한번 닦을 줄 모르고, 속옷 빨레까지 다 해서 옷장 안에 넣어줘야 만족하는 시누이도 정말 밉고, 자기도 직장 다니면서 걸핏하면 찾아와서 뭐 사달라고 하는 시동생도 정말이지 이해가 안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실망한 것은... 수차례 이런 불만을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네 식구들 한테는 절대로 싫은 척 못하고, 맏아들 체면만 챙기는 저희 신랑 입니다.

나이 스물 다섯...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건지.. 답답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