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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참을 수 없다!


BY 화났음 2001-04-20

제 나이 스물 일곱..
결혼한 지 2년 3개월 되었습니다.
그동안 참고 산 시간을 생각하면 제 스스로가 대견한 지경이며, 저 죽음 사리가 나오지 않을까...

솔직히.. 저는 외동딸로 자라 형제들간의 관계에 그다지 유연하게 대처할 줄 모르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사정은 대충 이렇습니다.

남편은 저보다 5살이 많습니다. 그 1살 밑으로 여동생, 그리고 다시 2살 밑으로 남동생... 그러니까 막내라고 해도 저보다는 두살이 더 많은 셈이지요. 아가씨 남편은 신랑이랑 동갑이고, 작년 봄에 새로 들어온 동서도 도련님이랑 동갑이라 .. 이래저래 제가 집안에서 제일 어린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맏며느리 인데도 은근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종교에 있습니다.
저희 시댁은 3대째 아주 독실한 기독교 집안입니다. 저는 물론 아니었지요. 저는 카톨릭이 모태신앙이었거든요. 종교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저희 부모님도 독실한 카톨릭 신자분들이지만 저희 신랑한테 절대 강요할 생각 안하셨습니다. 그러나 저희 시부모님들 저희 부모님들까지 있는 자리에서 기독교 아닌 며느리 볼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결혼 못시키겠다구요. 몇달을 울고 불고, 사정하고.. 신랑이 단식투쟁까지 해서 겨우 결혼했습니다. 절대 성당은 안 나갈 것이며, 저는 물론이고 태어날 손자들까지 전부 기독교에 보낸다는 조건으로요. 사랑이 죄로 저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으로 결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조금 먼저 결혼한 아가씨는 물론이고, 동서까지 전부 독실한 기독교 신자 집안의 배우자를 만났던 것입니다. 한술 더 떠, 동서는 예전부터 알고 계시던 목사님 따님을 어머님이 도련님과 중매시켜 결혼 시켰습니다. (저희 시아버님은 장로님입니다)

저희 엄마가 교통사고 당해 병원에 일년씩 입원해도 어렵다고 전화 한통 안하시는 분께서, 동서네 부모님들하고는 아주 하루가 멀다하고 왕래하시며 지내십니다. 명절에 모여도, 동서네와 아가씨네는 시부모님들과 저번 성지순례가 어땠느니, 이번 기도회가 어땠는지.. 대화하느라 바쁘시고.. 저보고는 너는 잘 모르는 얘기니 나가서 과일깎아와라, 시장봐와라 하십니다. 그것도 얼마나 친절히 웃으며 시키시는지.. 싫다고 할 수도 없게 만드시면서요.

명절 아침에도 온 가족(시아버님이 맏아들로 4남매이심)이 모여 예배드리는데... 저 혼자 부엌에서 식사준비 합니다. 저는 원래 기독교도 아니고 하니... 참석 하고 싶지 않지?.. 하고 친절히 말입니다.

동서는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가져
지난 1월에 조카가 태어났습니다. 저희 동서 뭐하냐구요?
신학 대학원 다닙니다. 그래서 시어머니께서 아주 기쁜 마음으로 아이 다 봐주십니다. 지금은 동서가 휴학중이지만, 2학기에 학교 나가면 완전히 봐주시겠답니다.
제가 지금 임신 5개월인데... 잡지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어머니 절대 애 못봐주신답니다.
원래 맡기려 하지도 않았지만, 제가 아무말 없는데 먼저 그렇게 말꺼내 못박으시니 정말 서럽습니다.
돈도 안되고, 의미도 없는일 뭐하러 나다니냐고 하십니다.

오늘... 시어미니께서 울 집에 오신답니다.
저희는 서울에, 어머니는 대전에.. 비교적 가깝게 사는데도..
작은 아들한테만 가지, 저희 집에는 자주 안오십니다.
그게 저 때문이랍니다.
대놓고 뭐라고는 안하시지만, 전... 종교적으로 별로 맞지가 않아 할 얘기도 없다고 하십니다. 자연히 우리 신랑도 시부모님 관심 밖에 있는 사람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랑도 이제 지치고 짜증나는 것 같습니다. 울 시집... 여기서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종교적인 집안입니다.

정말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종교적으로 독실하신 분들이면, 오히려 더 너그럽고 관대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다고 하는데도, 제가 원래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차별하셔도 되는 겁니까? 남편하고 결혼 얘기가 나오고 부터 전.. 성당 안나가고 교회나갑니다. 혹시나 마음에 차실까 해서 성가대도 하고, 성경 공부도 하고... 정말 나름대로는 노력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완전히 이방인입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집안 식구들 다 있는데서,
"난 우리 아들이 기독교 집안이 아닌 여자랑 결혼할 지 꿈에도 몰랐다"고 공공연히 말씀하십니다. 어떨때는 저도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 안했다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습니다.

자주 안만나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저한테는 전화 한통 안하시면서 저희 신랑한테만 열심히 전화하십니다. 무슨무슨 기도회 있으니 참가해 보라고... 그 기도회가 며칠 씩 되도, 저희 신랑 갑니다. 그리고 전 임신한 후에도 집에 혼자 있습니다. 이건 절 받아들이시려 하는게 아니라, 절 소외시키십니다.
이젠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납니다. 집안대소사에 저만 쏙 따돌리시는 저희 시부모님들... 이걸 더 참아야 합니까?
부모가 시킨다고 저한테도 말안하고 자기만 가서 참석하고 오는 저희 신랑은 또 뭡니까?
금새도 전화해서 조심해서 오시라고 애교 떨어 보았습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저희 집에는 잠깐 들려 바로 도련님 집으로 갈거라구요.

웃는 얼굴, 자상한 말투로 사람을 이리저리 꼼짝못하게 해가면서 결국엔 이렇게 기만하는 사람들... 이게 종교인 맞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