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댁에 다녀왔지요. 거의 매주 가다시피하지만, 갔다오면 늘 기분이 안 좋아요. 어제도 마찬가지였죠. 접고 살아야지, 참아야지 싶어 시부모앞에선 얌전히 경청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집에와서 곰곰히 생각하니 내가 왜 이래야 하나 싶어 너무나 속상한거에요. 그래서, 오늘은 한번 시부모님께 전화로라도 하나하나 따지고 들려해요. 제 얘기한번 들어보시고 그래도 되겠는지, 아님 더 참아야 하는지 조언이나 용기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IMF가 막 시작하기 전에 아파트를 하나 장만했지요. 융자를 얻어 큰 맘 먹고 내 집을 장만한 거죠. 하지만, 바로 IMF가 시작되어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자가 곱으로 오르고 월급은 깍였으니, 그래도 버티어 냈죠. 그러다, 재작년 첫째아이가 희귀병에 걸려 다리가 ??어들어갔죠. 그래서,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지금은 걸어다닐 수는 있는 정도에요. 하지만, 다 나은 것은 아니라서 몇 번더 수술을 받아야 하지요. 그러다보니, 돈에 쪼들러 제 결혼반지까지 다 팔았지요. 그래도, 힘들어 비록 대학원까지 나왔지만, 자존심다 팽겨치고 시간제 파출부까지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힘들어해 두어달하다 그만두었죠.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친정부모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제 동생장가가면 주려던 아파트에 와서 살라고 하시더군요. 살던 집은 세를 놓고 그돈으로 융자를 갚으라고요. 그러다보면 돈이 좀 모아지 않겠냐고요. 물론, 나머지 돈은 친정부모님 드렸어요. 제가 아니었으면, 1억을 전셋돈으로 받을 수 있는 아파트인데, 많은 손해를 보신거니까요. 작으나마 모두 드렸죠. 안 받으시려 했지만, 드렸어요. 하지만, 엄마는 그래, 내가 더 불려 주마하고 받으셨어요.
그런 사정인데, 어제 시부모님 그러시더군요. 그 돈 왜 드렸니? 그돈으로 예금해 이자를 받으면 얼마나 이득인데.........시부모님은 그냥 드린걸로 알고 계시거든요.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수 있으세요. 시댁에서도 도와줄 형편이 없어 친정 도움을 받는데..... 미안해서라도 그러면 안되죠.
게다가 비과세 통장은 한 가구에 하나씩 할 수 있잖아요? 그 걸 저는 어차피 여유가 없어 사용하지 못하니까, 친정 부모님이 원하셔서 사용하도록 해 드렸어요. 물론, 그것도 제가 드린 돈을 불려 주려하신사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만, 조금의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에..... 그런데, 그것도 뭐라 하시데요. 왜 드렸냐고. 다만 만원이라도 저금하지...... 아깝게........ 하시데요.
또, 이제 어느정도 여유가 있으니, 생활비를 좀 내놔라 하시더군요. 너무 답답하데요. 지금 시부모님은 공무원이셨었기때문에 나라에서 300가까운 돈을 연금으로 받고 계셔요. 그런데, 도와준다는 말씀은 한마디 안으시고 생활비 운운하시니.......
그래요. 자식된 도리로 못해드리니 미안해 가만히 있었어요. 그런데, 저녁을 드시면서, 참드릅을 내놓으시더군요. 그러면서, 한마디 하시죠. 남편더러 네 댁은 돈이 없어 이런거 못산다니 여기서 많이 먹고가라,고 제 철에 나는 건 다 먹어야지 몸에 좋고 돈이 없어도 이런 건 챙겨줘야 하는데,,,,,,그래서, 그렇게 비싼 건 못 하지만, 취나물이나 냉이, 달래 등 그때 그때 나는 건 다 먹는다고 했더니,.... 그렇게 싼 건 영양가도 별로야 이런 걸 먹어야지...... 한 근에 만원정도면 사는데 이걸 못하니? 하신다. 그가 막혀서, 먹는 자리에서 뭐라 할 수는 없고 그 다음부터 밥이 넘어가지 않더군요.
그래요. 저 이렇게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쓰고 싶은 것 많아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하지만, 여유가 안되지 참고 살죠. 결혼해 8년 동안 미장원 한번 안 가봤다면 누가 믿겠어요. 머리는 제 손으로 다 잘랐어요. 두 사내아이 머리까지, 미용기구 사다가 이제 전문가 수준이죠. 그리고, 옷 한벌 제대로 된 것 산 적없고요.
하지만 시부모님은 다르세요. 옷도 꼭 백화점에가서 제대로 된 것만 사시죠. 제가 한번 시장에서 사다 드렸다가 면박만 당했어요. 그리고, 먹을 건 꼭 챙겨 드셔야 하고요. 1년에 두번 보약까지.
그래도, 정년 퇴임하시면서 그러시데요. 우린 돈 없으니 손 벌릴 생각마라고, 우리가 받는 연금 우리가 써야 한다 하고 못 박으시니, 우린 보태드리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것까지 바래요. 하며 가만히 있었는데......... 그걸 이렇게 이용하시네요.
제 속이 좁은 건가요? 계속 참아야 하나요? 전 오늘 오전에 전화로 한번 대들려 해요.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서, 그러면 안되나요? 그러면 나쁜 며느리인가요? 그래요. 나쁜 며느리가 되고 상관없어요. 하지만, 친정 우습게 보는건 참을 수가 없네요.
용기 좀 주세요. 참는게 버릇이 되다보니 수화기 드는데도 힘이드네요. 이러다 더 힘들게 되는 건 아닌지 겁도 나고요.
참, 바보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