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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싫어! - 그런줄만 알았는데


BY 연두 2001-05-11

저의 형님 얘기에요.
우린 95년에 결혼했어요. 형님은 2월에 우린 6월에.
시댁은 지방이고 집안엔 그닥 큰 일들이 많지는 않지만 명절때두 번, 그리고 아버님 제사가 한번.
우리 형님 집안일 은 서툴고 좀 안하려고 해요.
그냥그려려니 했죠. 직장생활도 하고 좀 바쁘고 힘들거든요.
그런데 이젠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요.

아버님 제사날.
저녁6시가 넘어서 왔어요.
그전에 물론 저와 어머니가 제사준비는 다했죠. 아주버님 내외 오셨다고 저녁차리고 놀다가 8시쯤 친척이 보낸 영덕게 뜯어먹고 ...잘 못뜯길래 내가 뜯어줬죠. 많이 먹으라고....

즐거웠어요.
같은 서울하는 아래 살아도 형님이 손님들을 귀찮아해서 거의 못 만나거든요.

밤 11시경부터 상차리고 제사 지내고.
제사 한번 지내면 얼마나 일이 많아요.우리 형님 세제로 그릇 닦더니 헹구지도 않고 그대로 두고 쇼파에 기대서 테레비젼만 보데요.
제사상도 제기접시도 음식이며 과일이며 사방천지에 늘어져 있는데.

저보다 한살어리고 혼자자라서 좀 자기중심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착하거든요.좀더 지나면 나아지겠지... 애라도 나으면 나아지겠지 했더니만 나아지기는 커녕 갈수록 태산이죠.

시어머니, 제 남편, 저.
아무도 뭐라고 말한마디 못 해요.
말만하면 사네안사네 하니까 겁나서 입도 못 떼죠.

시어머니가 주는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니예요.형님이 주는 스트레스는 정말 장난아니예요.

지난번 제사에 형님이 그러더라구요.
자기는 어머니와 싸워야하는데 그러지 못 하고 있는 자신이 비굴하데요. 동서도 비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더라고요. 전 좀 생각이다르다고 했거든요. - 그쯤 저의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정말 가슴을 치며 살고 있었어요. 살아계실 때 자주 뵙고 잘해드릴걸. 우리 시어머니도 혼자되신지 벌써 칠년째. 노인들 언제 돌아가실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 잖아요. 계실때 잘하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죠.-
그랬더니 설거지 하다말고 고무장갑 빼버리고 가버리더라구요.

그날 이후 인것 같아요.내가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된건지, 멀리 하더라구요.

이젠 시댁에 가는게 두려워져요.형님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사실 전 착한 사람은 못 되거든요. 어떻게 폭파해버릴지도 모르겠고...

어찌해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