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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은 특별한 날인가?


BY 기웅맘 2001-05-12

시댁에서 한시간 반 거리에서 맘고생 하면서 살다가 지방근무를 하게 되어 6시간 걸리는 거리로 이사오게 되었거덩여?
한시간 반 거리에 살 때는 힘들다해도 들은척도 안하신던 양반이,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사니까 이해도 많이 해 주시고 전화해도 좋은 이야기만 해 주시더군여.

너무 먼 거리라 다녀갈 수가 없어서 돈은 통장으로 미리 부치고 저녁에 전화를 드렸어여
반갑게 받으시구.거기까지 좋았는뎅.

울 시아즈버님네 어머니네랑 기차로 세시간 떨어진 곳에 살거덩여?
우리가 한시간 반 거리에 살 때는 우리보구 가깝게 살면서 매주마다 와 보지두 않는다구..그렇게 들들 볶으시구, 정작 당신들은 우리집이 멀다구, 일 도와주실 때는 오시지두 않으면서 그러시더니.

우리가 6시간 거리로 이사오고 나니까, 이젠 3시간 거리에 사는 형님네는 들들 볶나봐여.
기차로 세시간이면, 왕복 6시간이구. 아이들까지 움직이려면 그 차비에...게다가 직장에 매여있는 사람이 쉽게 다녀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잖아여.
울 엄마 같았으믄 다녀가겠다고 해도 자식 힘들까봐 오지 말라고 끝내 말리셨을텐데..
울 시엄니, 하시는 말씀이...'그렇게 가까이 살면서, 세시간밖에 안걸리니 얼마나 가깝냐? 당일날 얼른 왔다가도 되는데, 왔다 가지도 않고 내가 쓸쓸맞아서 못살겠다!' 그러시믄서 저한테 하소연하시더군여.

울시누..완전히 망해서 이혼하구 지금 지하단칸방에서 혼자 눈물로 지새우면서 사는게 정말 사는게 아니거든여. 근데 어머니 말씀이..'딸년은 그렇게 사니까, 어버이날이 언제가 지나가는줄도 모르고 전화도 한통화 없구나! 다른 집은 딸들이 어버이날이라구 다 미리 왔다갔다는데'
이렇게 하소연하시더군여.
시누이가 울 어머니 딸 맞잖아여. 딸이 그렇게 됐는데, 어버이날 전화 안한게 아니..제 생각에는 시누가 자기 코가 석자다 보니 아마도 어버이날인줄도 모르고 지나갔을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된 딸이 전화 안한게 그렇게도 섭섭할까여?
울엄마 같았으면 오히려 불쌍해서 뭐 퍼다줄거 없나 노상 걱정만 할텐데..
게다가 울 시엄니, 시누가 그렇게 되었는데두 거기 한번 찾아가 보지두 았았다더군여. 형님네가 시누네 한번 갔었는데, 너무 비참해서 눈뜨구 볼 수가 없었다 하데여. 그런데, 거기다가두 어버이날...어짜구 하시는데, 부모가 맞는지 정말 궁금해 지데여.

어버이날 담담날이 울신랑 생일이었거덩여.
어머니 전화통화 하는 동안 내내 '어버이날인데...어버이날인데...'하고 노래를 부르시구는 당신 아들 생일인건 싹 잊고 계시더군여.
결혼하고, 이때까지 어머니가 당신 자식들 생일 기억하는거 한번도 못봤으니까 기대도 안했지만, 그래두 내리사랑이라구 하는데, 우째 우리 시엄니는 그렇게도 치사랑타령만 하시는지..

어버이 날은 무슨 특별한 날인가여?
그냥 365일 중에 어버이날이다..이름붙여놓은 하루에 불과하지 않나여? 평소에 전화 드리구, 생활비 보내 드리구 그러면 된거 아닌가여?
때되면 찾아뵙기두 하는데..어버이날은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 날인가여?

그렇게 무슨날 무슨날, 당신하구 관련된 날은 크리스마스까지 안까먹구 챙기는 양반이, 어린이날 당신 손주들한테는 10원도 없구여...그리구 어린이날인줄두 모르구여, 당신 아들 생일날두 없구여...오직 어버이날, 어버이날...당신 생일, 그리구 각종 국경일까지 챙기신다니까여. 전 시엄니가 크리스마스날 챙기는거 보믄 웃음이 나와여.
크리스마스날은 선물받는 날인줄 알구 계시는거 있져?
크리스마스날까지 챙겨받으시려구 하시는거예여.
당신 생신이 얼마전이어서 다 같이 올라가서 용돈도 따루 드리구, 식사두 하구...지내구 왔는데, 기차타구 세시간 걸리는 거리가 무진장 가까운 거린데 어버이날 또 올라오지 않았다구 섭섭하다 하시니..나이들면 어린애가 되는건가여?
울 엄마는 안그러던데..

물론 저한테 싫은소리 하신거 아니구, 하소연하신거긴 한테, 듣다 보니까 가슴이 답답해지는게..전화 끊고 났는데 답~답~하구 속에서 체한거 같구 그렇더군여.
나두 여기서 한발자국두 가까이 가지 말아야지..2시간만 가까와져두, 그러실거 아니예여~ '그렇게 가까이 살면서!'
에구... 한시간 반거리에 살았던 지난날의 악몽이 되살아 납니당.

울 시엄니, 시아부지께서는 당신 자식들이 당신들은 자식다루듯 해 주시기를 바라시는가봐여. 내리사랑은 결혼하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보이구, 오직 치사랑에 대해서만 강조강조 또 강조...
울 시집에선 돈없으믄 자식 노릇두 못하잖아여.
부모한테 받은건 모든 자식이 다 같이 빚밖에 없는뎅. 답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