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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과 엄마 사이에서...


BY 울지말자 2001-05-12

이제 애 낳은지 한달 됐습니다.
우리 엄마 근 두달을 내 수발하느라 우리 식구 밥줄인 가게도 문닫고 있습니다.
우리 엄마 넘 힘든데 난 잘해주는 것도 없이 어제 울 엄마 눈에 눈물나게 했습니다.
우리 신랑 좋은 사람입니다. 근데 말없고 묵뚝뚝한 우리집 식구들에 적응을 못하나봅니다.
어찌 보면 속이 좁은건지 시엄마가 저보고는 내딸내딸하시며 살갑게 대해주시는데 장모님은 매일 핀잔만 준다고 처가집에 오면 불편해서 오기 싫다고 합니다.
나 애기 낳던 날 우리 신랑 시댁 식구들이랑 외식하다 술 마시고 병원에 왔습니다. 술기운 못 이겨 아파하는 날 놔두고 입원실에서 잠만 잤습니다. 우리엄마 섭섭해서 우리신랑한테 한마디 했더니 삐져서 그 다음에 와서 우리엄마한테 인사도 안하더군요.
주말마다 친정에 애기 보러 오는데 중간에서 전 눈치보느라 힘들었습니다.
친정에서 산후조리하는데 우리 신랑 술먹고 전화하면 장모님이 자길 미워하시나보다고 하면서 시댁식구들이 나한테 해주는 거랑 비교합니다. 얘기하다보면 싸움이 되고 이렇게 몇번 싸우는 걸 엄마가 알고선 어제는 뭣때문에 그러냐교 묻더군요. 그래서 엄마가 우리 신랑 미워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안좋은가봐. 그랬더니 울 엄마 울더군요.
둘이 결혼했으면 둘이서 잘 살면 되지 왜 자기때문에 싸우냐구, 자기 처 수발해주고 있는데 고생하신다 장사 못해서 어떡하시냐는 말 한마디 해봤냐구, 다들 자는데 술마시고 새벽두세시에 전화하는 버릇은 어디서 배운거냐구, 핀잔 주면 다음부턴 안그러겠다고 남자가 웃으면서 넘기면되지 그걸 가슴에 묻고 있냐구 그래서 이제 아무말 안하지 않냐구등등... 예쁜짓을 해야지 예뻐하지 하시면서 울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펑펑 울었습니다. 괜한 말을 한 것 같더군요.
신랑한테 얘기했더니 그런 말 할 분위기를 만들어줘봤냐구 자기 변명만 하더군요. 처가 식구가 자길 무시하는 거 아니냐면서... 처남은 자기 와도 자기 방에 틀어박혀만 있고, 장모님은 핀잔만 주시니 어떻게 말을 꺼내보냐구...그러면서 또 시댁 얘길 하더군요.
우리신랑 연애할때부터 술마시고 새벽에 전화하는 버릇때문에 솔직히 우리엄마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결혼할때는 직장도 없었고 지금 다니는 직장도 수입이 그다지 별로 좋질 않습니다.
술마시는거랑 사람들 좋아해서 현금 서비스 받아 돈 빌려주고 못받아 지금 그거 갑느라 살림이 더 어렵습니다. 툭하면 사람들 불러다 술마시고 자고 가라고 해서 저 배 불러서도 그 사람들 뒷치닥거리 다 했습니다.
솔직히 우리엄마 다정다감한 성격이 못됩니다. 말한마디 하더라도 정가게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난 거의 30년을 그런 엄마랑 살다보니 아무렇지 않은데 우리 신랑은 우리엄마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자길 못마땅해서 하는 말처럼 들리나봅니다.
우리신랑은 이제 처가집에 더 가기 싫다고 합니다.
우리엄마 기분 풀어드리라고 해도 다음에 하겠다고 합니다.
저 어떡해야하나요? 그냥 엄마랑 신랑 서로 안보고 살게 해야하나요?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가 보고싶어서 어젠 잠 한숨 못자고 아침 일찍 아빠 산소에 가서 펑펑 울다 왔습니다.
우리신랑 물론 속상하겠지만 절 위로해주지도 않는군요.
걱정하지마 내가 장모님 기분 풀어드릴께 앞으로 더 잘할께 하는 말이 듣고 싶은데...
너무 울어서 머리가 아픈데 또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