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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넋두리?


BY 복에 겨워서 2001-05-12

오늘 하루종일 짜증이 나고 컨디션이 안좋아서 괜히 우리 애들만 들볶았는데 가만 생각하니 남편에 대한 불만이 그런식으로 표출된것 같아요.

남편은 골프치러 가서 아직 안들어왔어요.
내일도 골프약속이 있다네요.

이번주 거의 매일 늦었어요. 회사일로요.
저는 애들하고 먼저 자서 언제 들어오는지도 모릅니다.
그제는 외박을 했더군요.
물론 무슨 의심을 하는건 아니에요. 회사일로 그런것 같아요.

저도 직장에 다닙니다. 때문에 남편을 이해못하는건 아니에요.
주말에 골프치러 다니는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러다니는거 뭐라 하고싶지 않아요.
게다가 자기도 미안해 하기는 해요.

가고싶어하는데 제가 못가게 해서 안가면 남편도 안좋을테고, 저도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을것 같아서 그냥 가라고 합니다.
입장바꿔서 나도 내가 하고싶은 일 못하게 하면 안좋을테니까요.

그런데 그래놓고 나서 애들하고 집에 있다보면 정말 짜증이 나요.
둘째가 아직 어려서(20개월) 위험한 장난도 많이 하고 그렇기 때문에 혼자 놔둘수가 없거든요.거기다가 무슨 애가 잠도 별로 없어서 낮잠을 찔끔밖에 안자요.

저도 회사다니랴, 밤에는 살림하고, 애들 보랴 피곤해서 주말에 좀 낮잠이라도 자고 싶은데 잘수가 없어요.
좀 쉬고싶은데 맘편히 쉴수가 없어요. 게다가 주말중 하루는 시댁에 가야하거든요.

오늘은 못간다고 말씀드렸지만 내일도 이미 가기는 글럿죠.
남편이 골프치느라고 못간다고 하면 되겟지만 그럼 저만이라도 애들 데리고 오라고 하시겠죠. 정말 혼자서 애들 데리고 가기 싫어요.
그치만 어른들이 참 좋으시고, 애들도 너무 이뻐하셔서, 보고싶어서 오라는데 못간다고 할수가 없더군요.

가만이 앉아서 생각해보니 내가 왜이러구 사나 싶어요.
나는 친구한번 만나는것도 몇주전부터 남편하고 약속받아놔야 겨우 만나는데(남편이 애들을 봐줘야 하니까요) 남편은 언제든 자기 하고싶은거 다하고...

어쩌다 좀 일찍 퇴근해서 집에 와도 신문보거나, 공부한답시고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애들좀 보라고 그래도 말로만 본다고 하고는 자버리거나, 신문보고 있어요.
안하겠다고 하지는 않으니까 뭐라고 그럴수도 없구, 결국엔 제가 다 하죠.
퇴근해서 자기도 피곤해서 자는 사람 깨워서 애보라고 할수는 없잖아요.

어쩌다가 주말에 일이 있어서 애들좀 봐달라고 하면 봐줘요.
그런데 하루종일 애들 굶기고 기저귀도 안갈아주고 그래서 둘째가 응가한 채로 오래있어서 엉덩이를 헐게 해놓구요.
그래서 뭐했냐고 하면 잤다고 해요.
자기도 평일 내내 피곤했을테니 거기다가 뭐라고 하겠어요?
두말않고 애까지 봐준다고 하는 착한 남편인데..

이런 남편은 어떻게 해야하죠?
뭐든지 말로는 다 해준다고 하니까 뭐라고 그러기도 그렇고,
주말에 무슨 약속이나 그런거 있으면 굉장히 미안해 하면서 가도 돼냐고 하는데 거기다가 가지말라고는 또 못하겟더군요.

우리남편 머리좋죠?
가만 따져보면 저혼자 애들 다 키우고, 살림하고, 시부모님 챙기고 그러네요.
우리 시부모님, 경우 없으신 분들이라면 남편 핑계대고 모르는 척이라도 할텐데, 두분다 넘 좋으셔서 그럴수도 없네요.

골프도 다 제가 버니까 할수 있죠, 자기 월급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죠. 제가 월급이 훨신 더 많답니다.

요즘은 정말 짜증이 납니다.
나는 하고싶은거 하나도 못하면서 직장과, 애들과, 도리에 얽메어 사는데, 저 남자는 어쩜 자기 하고싶은거 다 하면서 저렇게 재미나게 살까 싶은게 넘 화가 나요.

여기다가 속상한 맘 푸시는 분들 사연을 읽어보면 제 푸념은 배부른 소리같지만, 그리고 또 별 방법이 없다는걸 알면서도 한번 넋두리나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