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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말씀들 잘 들었습니다!


BY 남편 2001-05-15

정말 많이도 대답해 주셨네요..
다들 사는 모습들이 비슷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거의 모든 내용들이 제가 결단력없이 회사에 끌려 다니기만 하면서 아내의 불만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내용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흠..
변명이 될지 모르지만.. 전 아내가 제 접대를 이해못한 것보다는 접대자체를 외도로 본다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아내가 직장 후배였기 때문에 접대의 필요성(?)을 알지만 그걸 외도와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 미칠 노릇이었답니다.
여러분들에게 조언을 구한것도 접대문화를 이해못하는 아내가 아니라 접대로 인한 술자리, 식사, 혹은 거래처 상가집, 결혼식, 뭐 그런 모든거..예를 들어서 회사일인데 아내를 데리고 갈수 없는 경우 아내는 그런 모든 것들을 외도로 보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전 회사 야유회에 갈때도 아내를 꼭 데리고 갑니다.
동료들도 아내를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합니다.
조금이라도 늦을 경우 아내도 뻔질나게 전화하지만 저도 전화를 해줍니다.
아내가.. 혹시 의부증같은게 있는건 아닌지 의심갈 정도로 아내는 저의 일거수 일투족 모든 걸 알아내야 직성이 풀립니다.
제가 늦으면 "꼭 접대를 이렇게 오래해야 돼? 꼭 술을 마셔야돼?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년을 끼고 놀았길래 이제와...?" 이런 말을 들어왔습니다.
저의 어떤 면이 그렇게 못미더운지...
어제는 아내의 기분도 달랠겸 로즈데이이기도 하고 해서 장미를 사갔더랬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얘기하신 대로 대화를 해보기 위해 제가 꼬치꼬치 (늘 아내가 하는 대로..) 물어보았습니다.
오늘은 모했느냐 심심하지 않았느냐 어차피 전화를 많이 해서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또 물었습니다.
아내는 정말 전혀 얘기한 적 없다는 듯 종알종알 거립니다.
진지하게 물었답니다.
내가 이렇게 물어주니깐 좋아? 자기가 나한테 바라는게 내가 이렇게 물어보는 거였어? 라고.. 아내는 그렇답니다..
왜 자신의 일상을 궁금해 하지 않느냐고 합니다..전 전화를 많이 하니까 다 아는 일들이라서 다시 물으면 짜증낼까봐 묻지 않았던 거였는데 아내는 그렇게 얘길 합니다.
밥먹고 십자수 가게에 아내를 데리고 갔습니다.
처녀때 십자수란 걸 하는 걸 알아서 그거라도 다시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아내도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저를 난봉꾼으로 아는 아내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야 할때... 전 아내에게 말해봤습니다. 날 어느만큼 믿어? 라고..
아내의 말은..
같이 있고 전화할땐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제가 좀 늦는다거나 어디 간다고 하면 그때부터 슬슬 제가 외도한다는 의심이 들면서 한번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미쳐버릴것 같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거라는 확신까지도 든답니다..(이거 의부증아닌지요?)
전 여기까지 듣고 굉장히 놀랬습니다.
제가 처음 사귄여자가 아내입니다. 첫 키스한 여자도 아내였고 저의 모든 처음은 아내입니다. 아내도 그럴거라고 믿습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절 이렇게 못 믿습니다.
전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이 의심병을 고칠까...
아내는 또 울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아무래도 정신병자 같지 않냐고..
전 아내가 우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전 그랬습니다." 그거 병아니야..당연한 거지.. 나도 너 집에 다 두고 회사에 있으면 니가 나 없는 사이에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을까 친구만나러 간다고 하고 바람 피는게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어 그리고 한번 그런 생각하면 일도 안되고 집에 와보고 싶구 그래 .. 오죽하면 내가 집에다가 카메라같은 거라도 설치해볼까 생각했었다니까.."
저도 모르게 거짓말이 술술 나왔습니다.
아내는 울음을 그치더니 정말 그러냐고 왜 자길 의심하냐고 자긴 그런 생각은 해본적도 없는데 왜 의심하냐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랬습니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나도 다른여자를 보면 그냥 사람이고 여자구나 하는 생각뿐이지 너랑 비교해본다거나 널 대신해본다던가 그런 생각은 안해봤다고..
아내가.. 이젠 저를 ??믿어 주겠죠?
서로를 믿어보자고 아무리 사랑한다고 하면 모하냐고 믿어주자고 했습니다. 제발 아내가 절 믿어주길..
그런 의심의 병에서 헤어나길..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내들이 거의 같은 생각을(접대문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하고 있다는 데에 놀랬습니다. 참. 접대문화를 바꾸자는 말도 많이들 해주셨는데 그건 제가 과장으로 승진하면 꼭 노력해보겠습니다. 지금 제 입장에서 그런 노력은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가 될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