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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한번 해볼라요......


BY 푸념__ 2001-05-21

결혼 3년째 홀로계신 어머님과 살림을 합쳤습니다.
결혼 초에는 다들 겪듯이 아들 위하시는 어머님의 극진하신 사랑에 나름대로 스트레스아닌 스트레스도 받았지요.
맏이가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는 저도 반대 의견은 없지만 어머님과 함께 살면서 친정 엄마와 많이 비교가 됩니다.
내일 모레면 일흔인 친정 엄마는 지금도 홀로 농사일을 하시는데 가을이면 추수한 곡식들을 나눠 주시는 기쁨으로 사십니다.
가을이면 김장배추, 참깨, 들깨, 고구마, 고추, 심지어 마늘까지......
양념은 거의 가져다 먹는데 그때마다 저는 일부러라도 안가져오려고 할때도 있답니다.
어머님은 제가 그런 것들을 가져오면 당연한 거라 생각하시지요.
어떤때는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어쩌다 어머님 친구분들이 과일이라도 몇개 들고오시면 너무 귀하게 여기시고 그게다 당신덕 이라고 하시지요.
그래도 이런건 괜찮습니다.
바쁜 농사철에 고생하는 엄마 도와드리려고 갈라치면(잘해야 두달에 한번 정도...) 일요일에 교회를 빠지면 어떡하느냐고 하십니다.
제 아들이 네살입니다.
당신 혼자 주무신다고 꼭 데리고 주무시는데 가끔 아이가 늦게 잠잘때(가끔은 1시가 되서 잘때도 있습니다.)에도 꼭 자면 데려오라고 하십니다.
당신은 일찍 주무시면서 말이죠.
그냥 제가 데리고 자면 아이는 제 옆에서 놀다가 그냥 잠이 드는데 말이죠.
제가 퇴근하면 아이가 제게 달라붙습니다.
어리광도 피우지요.
그러면 어머님께선 저것이 힘들게 키워 놓으니까 지 엄마밖에 모른다고 하십니다.
뭐 이정도야 어머님께서 아이를 돌봐 주시니 하실만도 하지만 하루도 안빼놓고 똑같은 말씀을 하시니까 이젠 제가 예민해 진답니다.
새벽녘에 아이가 깨서 엄마를 찾으면 그 새벽에 저희가 다 깰정도로 짜증을 내십니다.
그러고는 '엄마한테 가버려!'하고 소리치시고는 문을 '쾅'하고 닫습니다.
저는 그럴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답니다.
그렇게 새벽녘에 잠이 깨면 도무지 잠을 청할수가 없답니다.
어머님께선 교회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선두에 서십니다.
하루 종일이라도 가서 봉사하시지요.
어쩌다 집안 청소라도 하신날은 끙끙 앓으십니다.
그렇게 앓다가도 친구분들이 시장구경 가자고 하시면 동대문까지도 함께 가십니다.
이곳은 경기도 거든요.

자식된 도리로서 부모님을 공경해야 하는건 인지상정이지만 매사에 너무 짜증을 많이 내시니까 제가 죽겠습니다.
사람들은 둘째 안보냐고 하는데 저는 어머님 생각하면 더 낳고 싶은 생각이 없어집니다.
큰아이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거든요.
괴롭습니다.
물론 어머님은 좋은점이 더 많답니다.
이렇게 속상한 날에만 단점이 더 커져보일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