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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동창


BY 속상해 2001-05-22

내 나이 서른 다섯.....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둘 낳고 살림하느라 보낸 십여년....

사는게 바빠서 연락이 안되던 여고동창과 우연히 연락이 됐다. 이참에 한번 뭉치자는 얘기가 나왔고 친했던 동창 일곱이 전국각지에서 모여 만나는날.
궁금하고 설레고.....큰맘먹구 시장에서 십오만원이나주고 옷한벌을 해입고 버스타고 두시간을 가서 악속장소 도착.

공원같은 곳이 약속장소라 젤 먼저 도착한 난 벤치에 앉아기다렸는데 근사한 차를 몰고 썬글라스를 낀 친구들 속속 도착하대.
한눈에 보기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에 처녀같은 화장,날씬한 몸매....

난 학창시절 공부를 좀 잘했고,친구들은 거의 꼴찌수준이기에 같이 다니지말라는 부모님 걱정두 많았지만 너무나도 친했던 애들이었지.하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두 하듯 하나같이 미시연예인같은 그 모습에 난 넘 놀라고 얼마나 챙피하든지...
새로 산 옷두 그렇게 촌스러울 수가 없고 여기저기 붙은 군살이 웬수같이 부끄럽고해서 수다떠는 동안 왜 말이 없냐는 친구들의 성화에도 거의 침묵을 지키다가 돌아왔다.

그동안 행복이라구 여기던 남편과 아이들 그리구 알뜰살뜰 사는 생활들이 한순간에 너무나 아깝고 허무한 시간들이 되어버린다.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보여 그날이후 우울증에 걸린듯 하다.

각자 사는 방법이 있고 분수가 있겠지만 언제나 공부를 도와줘야했고,도시락을 두개 싸와서 나눠줘야 했던 그애들,날 대장이라 부르며 따르던 그애들의 당당하고 멋진 모습에 난 기가 죽었다.
차라리 만나지 말 것을...

그날이후 오늘도 난 설걷이와 빨래를 산더미만큼 쌓아놓고 물끄러미 전신거울에 날 비춰보고는 남편과 애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