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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모까지 챙겨요?


BY 에유~ 2001-05-25

결혼한지 햇수로 3년, 만으로 1년 반..

근데 꽤나 오래 된 느낌(?)이 드네요.

우습죠?


친정에서 사랑을 못 받다가 결혼후 시부모님께 사랑을 받다 보니
자연스레 시부모님께 잘해드리게 되더라구요..
제 나름대로는..

친정부모님과는 20살 다 되어서 같이 살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친정엄마는 계모고요..
그 전에는 할머님과 같이 살아서인지, 친정부모님과는 정이 없어요.
그리고 할머님은 아시다시피 옛날 분이어서 남동생들만 편애를 하셨구요..

남편은 둘째입니다.
시부모님은 형님이 모시는데, 형님은 맞벌이구요.
시부모님과 형님사이도 많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거의 대화도 없는
상황이구요..

그래서 몇년후면 저희가 모실것 같아요.

헌데, 어제 시아버님께서 전화 하셔서 저에게
"경우가 밝은 네가 깜빡한 모양이다.. 어버이날 지방에 있는
고모께 전화 안했냐?" 그러시는 거에요..
사실 그 고모님은 제가 결혼해서 딱한번 뵈었거든요.

결혼했는데, 자식이 없다고 불쌍하다고 하시대요..
(저희도 아직 아이가 없는데,,, 흘...)

그러니 전화라도 하시라고..

뭐 아버님께 여자형제가 그분만 있는것도 아니고,
여자 형제가 3분이나 되거든요..

그래서 전 그랬죠.."시부모님도 아닌 고모님께 까지 제가 전화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남편이면 모를까..그리고 남편도 그 고모님 별로 안 좋아한다고.."
시고모님들이 시어머님을 엄청 구박한걸 남편이 예전부터 말했거든요..

그랬더니 다시 시어머님을 바꾸어 주시대요..
시어머님 말씀이 며칠전 시고모가 전화해서 어쩜 조카하고 조카며느리는 전화한통도 어버이날 전화 안했냐고 했대요..

황당하대요..
부모도 아니고 무슨 시고모까지 제가 일일히 전화를 하나요?

그리고, 제가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서 들은 이야기인데,
그 고모가 나중에 저희와 같이 산다고 했다나요?
황당..~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나 싶어요..

요즘 세상에 시부모님도 안 모신다고 하는데,
솔직히 형님도 첨에는 시부모님과 사이가 좋았지만, 지금 욕은 다 먹고 살거든요.
형님도 좀 잘못은 하고 있지만, 저도 모시고 살면 안좋을건 확실하죠..
어쩜 더 안 좋을수도 있구요..

그건 그렇고,, 이렇게 연락을 하게 되면, 어버이날 연락안했다고 하면,
나중에 생신때도,, 명절때도,, 계속 연락하게 될것이고,
그러다 보면 전화만 하고 오지도 않는다고 할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그분말씀처럼 같이 살자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시부모님도 경제력 없으신 분이어서 저희가 결혼할때도
제가 전세융자금 1500만원 다 갚고 결혼했는데, 시부모님 모시게 되어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거든요.
지금 또 융자 받아서 전세에 사는데, 지금 돈때문에 더 싼 지역을 찾는 중이거든요..
시부모님 모시면 더 넓은 곳으로 가게 되면 또 융자 받게 될것이고요..

신랑은 제 말이 맞다고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한가봐요.
시어머님과 엄청 길게 통화를 하더라구요.
시어머님이 아무 사심 없이 말한건데, 제가 그랬다고 섭섭하다고 하셨대요..

그런데, 어떤 바보가 그걸 그냥 아무 사심없이 듣겠어요..
더더군다나 신랑은 결혼한후 처음 맞는 친정엄마와 친정 아버지 생신때 코빼기도 안 내밀었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제가 바보 네요..

친정에 섭섭한 마음이 있어서 신랑이 그렇게 해도 그냥 저만
가고 그랬는데,
이젠 그게 당연히 되어 버렸고..
시댁에 잘하게 되니까 더 바라는 시부모님께 저는 저 나름대로 섭섭하구요..

그러다 보니 시부모님께서 저에게 잘 해주시는 것도 나중에 같이 살게 되니까 잘해주시는 건가(?)하는 의심마저 들어요..
사실 뭐 경제적으로 도움은 안 주시지만, 마음으로 신경 써주시는게 고마워서 저도 잘 해드리려고 했거든요..

어제 친정고모께 전화를 했더니 막 욕만 먹었어요..

왜 당하고만 사냐고.. 시댁은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더 바란다고...
끊을건 다 끊으라고..

<전 친정부모님께 서운한 감정이 항상 있거든요..
남아 있는 동생마저 아파도 거들떠도 안봤다는 말 듣고 속이 뒤집혀지더라구요..

하지만, 명절이나, 생신때, 어버이날때는 꼭 찾아 뵙고 자식의 기본적인 도리는 지켰어요..>

시부모가 잘해준게 뭐 있냐고,, 그렇게 시댁에 꼭 붙잡혀 사냐고..
요즘 가장 잘해주는 시엄마의 기준이 뭔줄도 모른다고,,
요즘 1등 시엄마는 김치를 담궈서 집에 갖다주면 며느리 신경쓴다고
경비실에 김치 맡기는 시엄마가 1등 시엄마라고..

시엄마가 김치를 담궈졌냐?
결혼할때, 전세금을 많이 줬냐?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고..

그렇게 따지니까 괜히 우울해 지는 거 있죠?
전 그냥 저에게 자상하게 해주시는 그 마음을 고마워 한건데,
그렇게 따질 필요가 있을까 하고..(괜히 친정고모께 전화했죠? ^^;)

근데, 전 문제가 생기면 친정고모나 친구에게 전화를 하거든요.
돌아오는 답은 항상 제가 시댁에 너무 잘해준다는 거에요..
그렇게 잘해준것도 없는데,,
친구는 시댁의 "시"자만 이야기해도 죽을라고그래요..
시댁과 엄청 안 좋거든요..

정말 친정 고모 말씀대로 시부모님께서 같이 살게 될까봐
저에게 잘 해주시는 걸까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은데, 정말 그런 생각 한번도 한적 없거든요.
바보 같이.. 훗..

신랑은 아침에 썰렁하게 출근 했어요..

기분이 안 좋겠죠..

하지만, 마음이 좀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