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전에 드라마 "아내의 아이를 키운 남자"를 보았다.
제목이 좀 그래서 남편이랑 같이 볼 맘이 안들었는데 마침 남편의 친구가 술마사러 나오라길래 갔다오라고 하고서 혼자 봤다.
혼자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보는 내내 이상하게 내가 안절부절 못하고 가슴까지 답답해 왔기때문이다.
물론 내상황은 드라마와 같지는 않다. 다만 드라마 보기바로 직전에 온 내 친구와의 통화때문이었던거 같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아이갖기 노력한지 근 1년만에 아이를 가졌다. 그래서인지 좀 엄살이 심하다.
이제 5주가 좀 지났는데 입덧이 시작된거 같다는 전화였다.
나는 아직 돌이 안된 아이의 엄마로 내 경험을 얘기해주면서 겁을 주며 장난스럽게 통화를 했다. 도중 친구가 과거얘기를 들먹거린다.
난 솔직히 그게 너무 싫다. 하지만 내놓고 싫다고 아직 말을 못해봤다. 그냥 얼버무리며 늘상 넘어가는 식이었다. 그냥 그얘기가 내입에서 나오지가 않는다.
난 남편만나기 전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남들이 말하듯 철없던 어린시절이었고 내가 지금 이렇게 다른 사람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단지 그사람만이 전부였던 시절.
난 실수였겠지만 그땐 그런걸 전혀 모르고 단지 그사람만 좋아서 지냈기에 아이가 생겼고 너무 겁이나 아이를 지웠다. 아마 한달도 안되어서 지웠을 것이다. 그래도 죄책감에 많이 울고 힘들어 했다.
그런 얘기를 누구 앞에서 떠들고 울겠는가?
수술비를 대준건 친언니다. 언니는 그이후 나에게 지금까지 단한번도 그일을 얘기해본적이 없다.
내가 혼자 울다 힘들때 찾아가 운건 내 가장 친한 그친구였다.
날 위로해준건 그 친구였고 힘도 되주었다.
그사람과 헤어진 후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결심하게 도와준것도 그친구였다. 분명 내가 사랑하는 사람임이 분명한데 오늘을 그 친구가 너무 밉다.
툭하면 그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아직도 내게 꺼낸다.
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도 그때랑 같냐는 둥 비교하며 물어 당황케 하더니 아이가 안생겨 속상해 전화해 올때마다 간간히 아무렇지도 않는듯 그때 얘기를 꺼낸다.
자기는 수술을 받아서 그런지 애가 안들어선다고 뭐가 잘못된거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그렇게 끝내면 좋으련만 난 자기랑 상황이 같은데도 애만 잘 생겨 낳아 부럽다는 식으로 말했다.
오늘도 그랬다.
친구 역시 결혼전 아이를 한번 지운적이 있다. 하지만 친구는 그 남자친구랑 결혼했다.
하지만 난 상황이 다르지 않는가.
갑자기 친구가 내얘기를 자기 남편에게도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더이상 친구가 내게 그 얘기를 안 꺼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안나온다. 넘 이상하다. 이렇게 속상한데 왜 말이 입밖에 안나오는지 모르겠다.
얘기하면 날 넘 뻔뻔스런 애로 볼까 겁이나는 걸까?
그땐 친구가 내게 위로가 되었었는데 이젠 친구에게 내 치부를 보여준게 너무나도 후회스럽기 그지 없다.
정말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다. 갑자기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
이러다가 어느날 친구가 우리 남편앞에서 말실수하게 되는 날이 있는건 아닐까? 설마?
나 이렇게 바보같이 드라마 하나보고 쓰잘데기 없는 고민에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