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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갔었는데..


BY 가을이 2001-06-07

저 어제 집을 나갔었습니다.
아침일찍 일어나 아기옷이며 분유며 챙겨서
30분거리에 있는 언니네로 갔습니다.
피곤해서 하루 봐 달라고 하고선
하루종일 그냥 누워 있었습니다.

휴일이 괴롭습니다.
벌써 이렇게 휴일마다 집나간것이 올들어 몇번됩니다.
혼자서. 또는 아기를 데리고
이젠 버릇될까 사실 걱정도 됩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아예 나가 버릴지도 모르죠.
사실 갈곳만 있다면 가고 싶습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전날 퇴근하고 함께 카풀하는 차가
도착시간이 좀 늦더이다.
마침 같은 방향으로 가는 직원이 보이길레
그 차를 타고 갔습니다.

보통때 같으면 도착시간이 7시 40분
그날 좀 늦은까닭에 8시
집으로 들어서니 마루에 보행기탄 아기와
시어머니가 있더이다.
남편이 일찍 퇴근하는터라 항상 아기를
데려다 놓습니다.

다짜고짜 언성을 높이는 시어머니
'좀 일찍오지 시간이 지금 몇시고
8시가 다 됐다. 같이 직장다니는데
우리아~~는 벌써 왔는데 시간이 지금 몇시고?'
어쩌구 저쩌구...

글로 표현하니 이렇지
정말 속에 천불나게 말씀하십니다.
이런게 벌써 몇번째인지...
조금만 늦어도 생난리도 아닙니다.
직장 다니는 사람이 집에 도착시간을 맞출수가 있나요?
일이 있어 늦을 때도 있고
차가막혀 늦을때도 있고(직장이 1시간 거리임)
이런이유로 시간맞출려 애쓰는 내가
어쩔땐 바보등신같아 속상합니다.

이런 얘길 안한것도 아닙니다.
알아듣게끔 몇번이나 말했습니다.
까마귀 고기를 삶아드신건지

정기적으로 한번씩 사람속을 있는데로 긁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사무실 일있다고 거짓말하고
나왔습니다. 도저히 맘이 가라앉질 않아
얼굴 보고 있을수가 있어야죠. 미칠것 같아서...
애기는 언니한테 잠시 둔다고 하고선
데리고 나올려고 하는데
시엄니 저한테 그러더군요.

'내가 한소리 했다고 티~~해가지고 그럼 못쓴다.
그러니 우리아~~가 어젯밤에 안좋은 얼굴로 왔다
갔다 하더니만.. 이레 갈등있어 가지고 어찌사노

딸같이 생각해서 한마디 한것 가지고 그말이 그리 듣기싫나?
너 늦게온다고 언제 한번이나 말한적이 있나..'

거짓말도... 뭐가 한번도 없어?
벌써 몇번째인데.. 다음번에 달력에 표시를 하던지
녹음을 하던지 해야지.

딸같이 생각해?
지금 친정엄마 돌아가셨는데...
울엄마 항상 '일찍 올려고 하다가 사고난다.
항상 운전조심하고. 엄마한테 사고가 있다 하더라도
운전만은 급하게 해선 안된다..'
부모맘은 자식한테 그런것 아닙니까.
감히 자기가 날 딸같이 생각한다니...

시엄니가 날 딸같이 생각한다면 10-20분 늦은걸로
절대 뭐라 못하시죠.

남편도 가관입니다. 누워서 침뱉기이지만
설겆이 하고 있는데 들립디다.

'엄마는 그런소리를 뭐하러 하노'
'왜 못해? 내가 그런소리도 못하나? 뭐가 나쁘나?
또 어쩌구 저쩌구~~'

'엄마는 그런소리를 뭐하러 하노'
또 시엄니 계속 언성을 높이고

두번 말하고 끝나더이다..(말하지를 말던지)

이럴때 도와주고 싶다거나 한마디 하고 싶음

'엄마 멀리서 다니는 사람. 남의차 얻어타다
보니 시간 맞출수가 있나요? 등등...'
이해시킬 수 있는 한마디를 해야죠.
이젠 시어머니한테 말하기도 싫습니다.

뭐라뭐라 조목조목 이야길 하고 싶어도
스타일이 그렇습니다.
혼자서 딴곳 쳐다보며 내말은 듣지도 않고 소리를
질려대며 딴소리합니다.
어쩔땐 시엄니 스타일로 나도 소리를 높혀보지만
그냥 관둡니다. 이러는내가 또 바보등신같아서요.

이른이 넘은 저 노인네 내가 지금 가르칠 수나 있나요?
난 나대로 그렇게 살렵니다.

앞으로도 계속 집 나갈까 합니다.
도저히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이런일때문에 부부싸움까지 하게되고
저도 싫습니다. 자꾸 남편도 미워지구요..
노인네 불쌍하고 안됐다 생각하다가도
그 마음 오래 못가게 합니다.

정말이지 인내를 시험하는건지
뭐든 나한테 걸리기만 하면 다 때려 부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