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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에게


BY kori 2001-06-07

이제 겨우 한달?瑩? 우리, 동서라는 인연으로 엮어진지.
아줌마닷컴, 여기 들어와보니 동서지간에 구구절절 사연들이 많더군.
사실, 나, 겁났어. 자네에게 좋은 형님 못될거 같아서, 여기서 욕먹는 그런 형님이 될거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코 좋은 형님이 되려고 애쓰지않을거야.
물론 자네에게 티끌의 감정도 없지. 오히려 난 자네가 맘에 들어.

결혼하기 전부터 내게 형님소리를 하며 살갑게 굴던 자네인데,
가난한 친정 빚갚으려고 휴학해가며 아르바이트로 돈번 착한 자네인데, 보통의 대학다녔지만 대학원은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했을만큼 악착같이 노력하는 자네인데, 착하고, 예쁘고, 똑똑하고, 건강하고, 능력있고.... 무엇하나 빠지지않는 자네, 왜 내가 좋아하지않을수 있겠어?

결혼 한달전에 자네가 내게 왔었지. 서울에서 7시간이 걸리는 이곳에.
시댁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을때 나도 그들처럼 거짓말을 해야하는건 아닐까 생각했지. 진실을 말해준다는건 시댁에 대한 배신같았어.
내 남편, 내게 말하더군. 어차피 결혼하면 남들 통해서라도 알게될터이니 사실대로 말해주라고... 그게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같이 사기칠수는 없다고...

시댁에 대해 사실을 알게되면서 점점 노랗게 변하는 자네 얼굴....
어떻게 그런 거짓말들을... 자네는 중얼거렸지.

자네도 예전의 나처럼 말했지.
가난하다는거, 그게 문제는 아니예요. 양심적인 생활방식, 그게 아니라는게 문제네요. 아주 큰 문제네요.

그러나 동서, 난 걱정안해.
시부모님, 맏며느리인 내게서 이미 충분히 실패하셨으니까, 다시 어리석은 행동하시지않겠지. 자네 귀여움받으며 잘 살거야. 나처럼 가슴앓이로 애끊어지는 통증 느끼지않고 잘살거야.

앞으로 시부모님이 자네하고 살겠다하고,
도련님도 부모님 모시고 살겠다해서
나, 솔직히 홀가분했지만 자네에게는 미안하더군.
우리랑 사시기에는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그러니 차선책으로 맏아들이 아닌 막내를 선택하신거지.

시숙모가 와서는 자네 자랑을 늘어놓더군.
나? 속 안뒤집혔어. 맞장구치며 자네 칭찬 더했지. 진심이야.
내 속 뒤집으려고 작정한 얄팍한 그 속내가 유치했어. 서울에서, 시어머니, 교회사람들에게 아직도 내 험담하시며 자네랑 비교하는거, 나 알아. 그려려니해. 그런일정도로 속상해하지도 않아.

날 언젠가 제손으로 죽이겠다고 했던 어린 시누,
(우리 명의로 진 빚에 대해 내가 시부모님께 따졌을때, 시어머니가 그정도도 감당못하는 며느리 필요없다며 이혼하라고 하면서 눈물을 보이자 시누, 그런 자기엄마 불쌍해서 내게 그런말했지)
남에게 사기만 치는 시아버지,
시아버지의 한탕주의에 동승한 시어머니,
학벌을 속이고, 사람과의 일을 속이고, 거짓말들, 이중잣대....
시아버지때문에 집과 재산을 날린 가난한 이웃들의 눈물...
그런 사람들 앞에서 "아, 미안해요. 갚을 능력이 없어서... 고의로 그런게 아니랍니다."로 일관하는 시부모님... 아, 기도는 어찌하시나..

동서, 난 나쁜 며느리가 되기로 했지.
그렇지않음 나 죽어.

명절때도 될수 있으면 안갈거고,
안부전화같은거도 안할거고,
같이 모시고 살 생각도없고,
결혼 8년째, 우리 전세 천만원이 전부인데
빚내서 용돈드릴 생각도없고,

그런 나 보면서, 동서도 욕하겠지.
자네는 반듯한 사람이니까.
난, 필시 나쁜 형님소리 들을거야.

나쁜 며느리 소리는 기꺼이 듣겠는데
나쁜 형님 소리는 맘에 걸릴것 같네.

시댁에서의 모든 흉은 내가 지고 갈터이니
자넨, 사랑받는 며느리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