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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BY 토크토크 2001-06-09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까, 할일도 없고, 당연히 컴과 함께 거의 하루를 보내곤 하지요.

아줌마에 들어와서 주로 나 너무 속상해 방에서 몇달을 보냈습니다.

시집일, 친정일, 그리고 인간관계에 관해 속상한 점이 많았던 저로서는 여기있는 글들을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도 느꼈고, 또 글을 올리면 제편들어서 같이 화내주고 조언해주시는 분들 때문에 힘이 나고 그랬었어요.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제가 과거에 있었던 일들도 잊지 못하고 연연하고 있는겁니다.
여기 있는 글들을 읽으면 현재는 아무일도 일도 없는데, 예전에 겪었던 일들...특히 시집과의 트러블, 친정에 관한 속상함이 다시 떠오르고.....다시 분노하고 화나고 눈물나고...

곱씹고 되씹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행복하지 않았어요.

어제사 곰곰히 생각해 보았답니다.
나 요즘 내 주변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왜 이렇게 불만이 많고 행복하지 않을까...그리고 왜 시집식구들, 친정식구들이 날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걸가...

그건 제가 과거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라는걸 알았습니다.
물론 마음속에 상처가 아직 아물지 못해서이기 때문이겠지만, 잊을 수도 있는데, 여기 들어와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의 글을 하루도 빠짐없이 읽고,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분노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현재에 내 앞에는 아무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항상 내가 겪고 있는 일인것처럼 착각하고, 화나고, 사람들이 다 밉고...

제가 너무 순진하고 어눌한건지 모르겠어요...
어느새 저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되어 가고 있더군요.
그래서 몇년전에 있었던 일, 마치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인것마냥 글 올리고 답변 올리고....
그리고 계속 반복하고 잊지 못하고 화나고..

손가락으로 세면 솔직히 열손가락 안으로 셀 일들...인거 같아요.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생각해 보면.
그런데, 그 일들이 제 속에서 눈동이처럼 불어나고 발가락까지 동원해도 다 세지 못하는 일인것마냥 저 스스로 저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고 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또한 생각해 봅니다.
저처럼 이렇게 어눌하고 현명치 못한 분이 안계시길 바라지만, 지난일들, 현재 겪고 있지 않은 일들에 대해설랑, 그저 빨랑 잊으시라고..

금방은 속이 시원하고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구나 싶은데...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쌓이는 시집식구들에 대한 저항감과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이 결국은 나를 좀먹고 있더라는 겁니다.

상처 안받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지만, 그럴 수 없잖아요.

오늘 다시 이곳에 들러 많은 글들을 읽으면서 생각해 봅니다.

내가 상처속에 과거속에 나를 방치해두고 사는건 아닌가...
거기서 나오지 못하도록 나자신도 모르게 그곳에 나를 맡기고 있는건 아닌가...

지난 일은 일부러 곱씹지 않고, 그저 나자신.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만 바라보고 생각하면서 현재에 충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