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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감옥에서 사는 기분........


BY 감옥같애 2001-06-09

어제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얼굴 좀 보자'구요.
30분 거리에 있으면서도 만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친구입니다.
전화통화야 사흘만에 한 번 정도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오늘 00네 놀러가도 되요?'
일거에 '안돼'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하긴 당연한 대답입니다.

저는 결혼한 지 7년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절 끔찍하게 아껴주던 사람이었습니다. 지금도 본인은 그렇다고 합니다. 전 아닌 것 같은데.
하여튼 세상에 여자는 저 하나인 줄 알거든요.
그래서 남편의 조언대로 잘 다니던 직장도 결혼과 동시에 그만두었습니다.
남편은 제가 시어머님과 사이가 좋지 않자 직장을 바로 시댁에서 먼 곳으로 옮겼습니다.
저는 그래서 시댁에 일년에 단 한 번만 갑니다.
그것도 꼭 남편의 호위아래 갑니다.
제가 아직 아이가 없거든요.
병원에 갔더니 제가 몸이 너무 약해서 아이는 무리라고 하고, 임신해도 버틸 힘이 없어 유산도 두번 했습니다.
그래서 시댁 어른들이 제게 싫은 소리를 좀 하시는데 그걸 남편은 정말 듣기 싫답니다.
'**한테 스트레스 주지마세요. 그냥 내 옆에서 잘 살아주는 것 만도 고맙다고 하셔야지. 앞으로 **한테 싫은 소리 하면 아무것도 없어요'
실은 남편이 집안의 막내인데 시댁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어서 그 말이 먹히더군요.
요즘은 제게 뭐라 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매년 설에만 시댁에 가도 아무 소리 않으십니다.
대신 남편이 시댁형편에는 많다 싶을 만큼 돈을 드린답니다.
그리고 제게도 아이 문제로 아무 말을 않습니다.
조금만 아프면 병원 태워가고, 뭘 먹고 싶다고 하면 득달같이 사오는 남편이니 정말 고맙습니다.
여기까지는 정말 좋은 남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절 자기와의 외출 외에는 꼼짝도 하지 못하게 합니다.
21평짜리 아파트가 제 활동 공간입니다.
친구를 만날때도 자기가 함께 가고, 친정 식구를 만날때도 같이 가고, 도서관도 같이 가고, 슈퍼나 시장도 무조건 함께 가야 합니다.
그 외의 외출은 없습니다.
자기 말로는 제가 너무 예뻐서 납치 당할까봐 그런다는데(저 예쁘지 않습니다. 완전히 제 눈에 안경인 셈이죠) 전 그런 처사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일전에는 말도 않고 저녁에 친구를 만나서 놀다가 늦게 왔더니 난리도 아니었습니다.(남편이 밤 근무였음)
2개월 정도 사람을 들들 볶는 통에 이제 그런 외출은 포기했습니다.
정말 시달리다 못해 제가 엉엉 울기까지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 왈, '집안에 조용히 있으면 돈 벌어다 주잖아. 그걸로 온라인 쇼핑하고, 전화로 여기 저기 통화하면 되잖아'
그래요.
그러면 되죠.
그래서 작년에는 전화만 엄청 해 댔더니 저희집 전화요금 20만원이 나옵디다.
저 혼자서 쓰는데도.
2개월을 그렇게 전화요금 내고 나니까 너무 아깝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전화를 거의 않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망 요금이랑 기본요금, 남편에게 거는 핸드폰 요금해서 6만원 정도가 나오죠.
그러니 요즘은 입에 본드가 붙은 듯 합니다.

전 사람들과 마주보고 수다를 떨고 싶습니다.
제가 남들처럼 아이가 있나, 건강하기를 하나, 그저 집에서 하는 일이 인터넷으로 놀거나 텔레비전 보는 일이 다입니다.
여기 저기 이벤트 참여하고, 텔레비전은 종일 켜져 있고.
꼭 시설좋은 감옥에 갇힌 기분입니다.
하도 답답해서 베란다에 나무를 키웠는데, 무슨 이유인지 그 나무도 어제 덜컥 죽어버렸습니다.
성의를 다했는데.....
너무 가둬 놓아서 그런건 아닌가 싶습니다.
아파트 옆집에도 가지 말라는 제 남편.
덕분에 옆집 사람과는 인사나 나누는 정도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러다 미쳐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