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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가족


BY 나 너무 행복한거 2001-06-10

울 남편은 참 성실하고 주말은 항상 가족과 보내고 애한테 화 한번 안내고 잘 놀아주며 게다가 효자이고 오로지 시댁, 시누, 형제들, 그리고 친정(시댁의 50%지만 그게어디야)...혈연지상주의자다.
월급을 한번도 허튼데 쓴적 없고 술도 즐겨 마시지 않는다. 아무거나 해줘도 꿀맛같이 잘도 먹는다.
그러면 나 행복한거 맞지?
엿다 불만 가지면 다들 나한테 욕하겠지?

오늘 잠시 가출해 지금은 직장이다. 애 병원 안데리고 가서 감기 않낫는다고 나보고 나무라길레 나도 나름데로 직장다니면서 힘들게 병원다니고 했다고 옥신각신하다 대판 싸웠다.
참고로 난 공무원이다. 그래서 시간이 좋긴하다. 하지만 신랑은 내가 직장에서 노는 줄안다. 애 키우고 직장다니고 살림하는게 힘들다는 걸 모른다. 살림은 가족을 위해 하는거니 즐거워야 하고 직장은 다른 직장보다 훨씬 수월하니 집안일은 다 여자인 내가 해야한다는 주의다. 그러면서 날더러 친구만날 시간에 애 병원데려가지에서부터 회사 MT가지말고 애나 제데로 보지....날 비난한다.
난 한두달에 한번은 친구를 만나고 싶다. 타향에서 그나마 스트레스 풀길은 고향친구 만나 수다 떠는 건데. 우리 신랑은 친구 안만난다. 만날 친구도 없거니와 오로지 가족밖에 모른다. 친구의 중요성, 필요성을 전혀 못느낀다.
우리 시엄마, 가족외에는 다 도둑놈이고 날강도다. 남편이 친구만난다면 '돈안되는 친구들만나서 뭐하냐? 시간 낭비, 돈낭비다.' 하신다.
첨엔 몰랐는데 우리신랑 자기 엄마랑 똑같다.
그렇다고 내가 애한테 소홀하냐 그러면 그건 절대 아니다. 우리 애에 대한 사랑이 유난하기로 친척이나 친구에게 소문이 났을 정도니.
감기에 소홀한건 내가 직장다니니 피곤해서 또 일이 생겨서 꼬박꼬박 병원을 못간거다. 우리 신랑은 약이 만병통치약인줄 안다. 하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악을 안먹이려 한다. 자기의 불만은 왜 약이떨어지게 하며 삼시 세끼 때 맞춰 약을 못챙겨 먹이냐는거다. 하지만 아침에 애챙겨 셔틀버스 태워보내고 나도 준비 하려면 가끔 약 먹이는 거 빠뜨린다. 아침에 밥 먹이는 것도 버거운데.
우리 신랑은 일찍 나간답시고 저 만 챙겨 나간다. 아주 가끔 설겆이(이것도 피터지게 싸워 겨우 얻어낸 한맺힌 전리품이다)
해주면서 나더러 애 잘 키웠네 못키웠네 한다.
성격이 꼼곰해서 실수가 없다. 100% 아구가 맞아야지 대충이라거나 실수라거나 이런거 머리가 안따라줘서, 멍청해서 그런줄 안다. 내가 만약 지하주차장에 차위치를 못찾으면, 이해가 안가는 표정을 지으며 기막혀 한다.
자동차 사고 가 나도 나 다친건 염두에 없다. 왜 멍청하게 실수를 했냐고 화부터 낸다. 괴장히 짜증스러워 한다.
요는 지가 실수 않한다고 내가 실수하는거 IQ탓으로 돌리고, 지가 친구 안만난다고 내가 만나면 날 아주 집안 일 아이 내팽개치고 헛바람든 여자 취급하고 지 연예계 관심없으면 그만이지 내가 연예가 중계보면 수준 낮은 여자 취급하고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월드컵 안보면서 날 더러 여자가 무슨 스포츠운운하지.

나 행복한거 맞나요?
성격차로 이혼한데더니, 정말 갑갑한 남편성격때매 내가 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