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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순수를 잃어간다.......


BY 푸른 바다 2001-06-11

남편을 존경했었습니다..
친정부모님보다도 더 믿을 사람..
신의, 믿음, 사랑..
여자 문제로 남편한테 실망하고나서부터..
아주 우습게 남편을 바라보는 저를 발견합니다.
최소한의 배려도 하지 않습니다.

목근육이 뭉쳐서 고개도 까딱하지 못하는 모습을 쳐다보며..
외출하지 않는다며 그의 가슴에 못박을 소리만 해댔습니다.
밖에서 외식할려구 했는데... 하루지난 차가운 밥으로 저녁을 때웠습니다.

믿음에 대한 배신은 사랑도 갉아먹더군요...
아프다며 잠이 들어버린 모습조차 짜증스럽게 느껴집니다.

이 남자.. 강아지 같습니다.
어쩌다가 셔츠깃을 세워주면.. 입에 한가득 웃음이 가득입니다.
너무하는거 같아 어쩌다 한번 신경써주면..
목소리부터 감성적이 되어버립니다.

밥도 안해놓고 일주일이면 4~5일을 음식 배달시켜먹고..
일주일에 한번은 외식하구..
청소도 안하고..빨래만 열심히 합니다.. 세탁기가 하니깐..
아이가 아직 기어다녀서..외출을 잘 못해..
벌어오는돈 저축도 안하구 홈쇼핑이다..인터넷이다.. 내내 물건만
사댑니다.
어쩌다가 차리는 저녁식사.. 상차릴때부터 감동합니다..
너 힘드니깐 그냥 시켜먹어도 된다구..
제가 있구..제가 해준 밥 먹구 그걸루 행복하다구.. 참 내...

아주 힘든시기를 보냈구..
그래도 이 남자 저 사랑한다구 하구..
전.. 이사람 힘들게 하구..배려두 안하구...내맘대로 살면서..
이 사람이 이런데도 날 견뎌내는구나 하며..이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맘이 이런다구 편한건 아닙니다.
남편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전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변해가고 있는거 같습니다.
꾸준히 하는 공부 여전히 하구...
주변 사람 세심히 챙길려구 노력하구..
근데..남편앞에 서는 제 모습이 자꾸 망가져 가는거 같습니다.

그냥 잠 안오는 밤.. 몸이 아파 잠든 남편을 바라보며..
맘 아파서 두서없이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