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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감정적으로 둔한 사람일까요?


BY psyche 2001-06-13

안녕하세요.
결혼한지 아직 일년도 안된 새댁입니다.
시댁이나 남편일은 아니구요, 직장인이라서, 인간관계때문에 선배님들께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3번째입니다.
첫번째 회사에 근무하던 사람들 중 저를 포함한 여자둘 남자둘이 서로 죽이 잘 맞았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들 회사를 퇴사해서 각각 첫번째 회사보다는 그럴듯한 회사로 찢어졌습니다.

저(프로그래머)는 한회사에 3달정도 다니다가 N 사로
제친구이자 동료(디자이너)는 L 사에 다니다가 제 소개로 N 사로 약 6개월전 직장을 옮겼습니다.
남자 1은 디자이너와 같은 L 사에서 현재 계속 프로그래머 근무중이고
남자 2는 또다른 L 사에서 프로그래머 일 때려치우고 샐러리맨이 되었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저와 제 소개로 회사를 옮긴 제 친구 사이가 얼마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저희 둘은 집안일이나 서로 문제거리들을 상담할정도로 제 친구와는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한달전 야근을 하려고 저와 제 친구가 저녁식사를 끝내고 들어왔을때, 제 친구가 음악 틀어도 되지? 그러더니 음악을 틀더군요.
물론 저야 OK 를 했습니다. 근데 좀 제취향이 아니더라구요..
무심코 큰소리로 "으아~ 노래 너무 느끼하당~" 하고 말해버렸습니다.
친구가 피식 웃더니 딴 CD 를 꺼내서 틀었는데 불행하게도 그 음악도 제게는 느끼했습니다.
저야 원래 가릴것 없이 솔직한 터라 또 말했죠~ "으아~ 그 음악도 느끼한데~@.@"

그랬더니 제친구가 아무말 없이 벌떡일어나 CD 를 꺼내서 챙기고 가방을 싸고 컴퓨터를 끄더니 확 나가버리는 겁니다.
저는 너무 당황해서 내가 뭔가 기분 나쁘게 했구나 하는 생각에 친구에게 계속 화났으면 미안하다고 두번이나 말하고 있는데 친구는 그냥 무시하고 홱 나가버리는겁니다.

그날이 토요일이어서 친구에게 메일을 썼습니다.
미안하다구..
월요일 아침에 눈도 마주치지 않고 친구가 출근했습니다.
분명 메일을 봤는데도 저에게는 오전내내 아는척을 안하는겁니다.
참다 못해 제가 메신저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한번 더 했습니다.
그제서야 사과를 받더니 저와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저는 일단 미안하다고 한후 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이(그말의 어떤점이) 기분이 나빴느냐?
친구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그냥 기분이 나빳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기분 설명을 잘 할 자신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가끔은 말을 함부로 한다. 남들이 너가 말하는것에 가끔 기분나빠하는것 아느냐 해서 솔직히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떻게 그런것을 모를수가 있느냐구 하더군요. 이런 이야기는 친구라서 해준다면서..

저는 솔직히 그냥 기분이 나빳다는게 이해가 안갔습니다. 그래서 계속 어떤점이 기분이 나빴는가를 캐어물었는데 나중에 이야기 해준다고 회피하더라구요.

당시 저의 감정은.. 이유없는 화냄에 제가 몇번씩 사과했는데도 불구하고 절 무시했다는데에 대해서 기분이 좋지가 않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저도 좀 자존심 세우는 편이라서 자존심 숙이고 세번이나 사과를 했는데도 속시원하게 들은 이야기는 없고 마지막에 들은 이야기는 어린애한테 훈계하듯이 <알았으면 이제 그런말 하지마~> 였으니 겉은 화해라는 얼굴로 포장되었지만 제 속이 얼마나 바글바글 했겠습니까..

그래도 둘은 오랜시간 직장에서 일한 친구인지라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상의했더니 남편의 의견은 그말의 뉘앙스에 따라서 기분 나빠할 수도 있었다구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우리 둘 이외에 그자리에 있었던 후배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니 별로 그럴 상황은 아니었던것 같았다고 후배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그러구 2주정도 지났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자율적으로 커피를 타먹습니다.
원래 커피 타먹는 스푼이 세개인데 그중 두개는 젓는 스푼 -.-; 한개는 커피 뜨는 수푼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스푼 세개를 다 커피 뜨고 젓는데 쓰고 있는 상황이더라구요.
안되겠다 싶어서 수저를 닦아가지고 와서 분리해놓고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우리팀에서 커피먹는 사람들은 다 회의 가 있고 제 친구가 개중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더라구요.

제 친구는 당시 헤드셋을 끼구 있었고 저는 좀 떨어진 자리에서 스푼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분리해놨다~ 분리해서 먹읍시다~ 뭐 이런 이야기였지요. 친구는 못알아듣는 표정이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더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여서 저는 아무생각없이 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한시간 후에 친구가 벌떡 일어나더니
갑자기 커피쟁반이랑 스푼을 다 가지고 가서 닦고 정리를 해놓더니 저에게 메신저로 쪽지를 하더군요.

<커피다 정리해놨으니까 이제 나한테 그런이야기 하지마> 이런 이야기를 저한테 하더라구요.
알고 봤더니 제가 그걸 친구에게 정리해놓으라고 한줄 알았다는 겁니다. 또 열심히 해명을 했습니다. 그게 아니고 이렇게 이야기 한거다.. 저는 솔직히 제가 해명을 하면 친구가 이해해줄줄 알았습니다.
<어머~ 난 그런지 몰랐지~ 내가 왜 그렇게 잘못알아들었을까?>
이정도 말만 했어도 저는 아마 아무 생각이 없었을거예요.
그런데 친구는 그런 반응이 아니라 제가 왜 또 그렇게 생각없이 말을 하느냐는 식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커피먹는 자리에 대하여 정리하는 당번이 없습니다.
컵들은 남자들도 알아서들 ???커피먹는 자리가 너무 더러워지면 누군가 못참고 치움 그만이고 안치워도 누가 눈치주고 뭐라고 안합니다.
절 어떻게 그렇게 남한테 그런거 치워라마라 이야기 하는 인간으로 볼 수 있는건지 그게 화가 나더군요. 그렇게 무식하고 뻔뻔한 인간으로 저를 봤다는게, 그것도 친구라는 사람이 저를 몹시 화나게 하더군요.

그런데도 그날 친구의 결론은 <그냥 기분이 나빳어>였습니다.
해명을 했어도, 알았다고 하면서도 그에 대해서 수긍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를 그런 인간으로 본다는데 대해서 몹시 화가 나서 그날 메신저로 글을 쓰면서 좀 날뛴것 같습니다.

저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화가나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사람 염장지르는 소리 저는 잘 합니다. 친구에게 제가 커피먹는 자리 치우는것때문에 메신저로 그렇게 이야기 했다는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당시 억울했습니다.

솔직히 자기는 안하면서 남한테 시켜먹는 인간 정말 인간말종 아닙니까? 어떻게 친구는 제가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생각했을가요? 미심쩍지도 않았을까요?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였다는데 대한 실망감때문에 겉으로는 친구랑 웃고 떠들지만 지금 제 마음에는 장벽이 하나 쳐져있습니다. 전처럼 남편이나 시댁, 고민거리 이야기 친구랑 안합니다. 친구도 저에게 마찬가지구요. 저는 솔직히 이런 상황이 싫습니다.

도대체 친구사이에서 있었던 이해할수 없는 그 커뮤니케이션..
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됩니다.
저는 남이 무엇때문에 기분이 나쁘다고이야기 하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데 대해서 인색한 사람이 아닙니다. 잘못한 일에 자존심 세우는것을 비겁하다고 생각하고있습니다.

그런데 무슨일에 화났는지도 모르고 친구에게 세번이나 사과했는데 친구가 무시한거, 저를 남 청소나 시키는 인간으로 본거, 친구니까 특별히 말해주는거야~ 하면서 <남들도 너 이야기 들으면 기분 나빠해> 라고 말한거 어린이 얼르듯이 <알았으면 이제 그렇게 말하지 마> 제가 생각없는 사람이라는 듯이 <한번만 더 생각하고 말하면 되잖아> 그리고 너와 나의 친구사이 끊는게 아닌양 <알았어. 앞으로는 남들 대하는거랑 똑같이 해줄께 그럼 되지?> 이런 말에 저는 가끔은 속에서 욱하고 화가 납니다.

친구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기분나쁨으로 남에게 그렇게 정정당당하게 화를 내도 되는건지. 아니면 친구 말대로 그 기분나쁨은 당연히 알아야 하는건데도 제가 둔탱이라서 모르는건지. (친구의 의견은 당연히 말하지 않아도 왜 기분 나쁜지 알 수 있다 입니다.)
제 말버릇이 나쁜건지(진지해지면 좀 말투가 공격적으로 변하기는 합니다. 제 상급자도 얼마전 저랑 이야기 하면 부담스럽다고 이야기 한적이 있습니다.)

모르겠습다. 뒤죽박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