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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란 말인가 이토록 답답한


BY 나는 바보란 말인 2001-06-14

맥주를 마셨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데 오늘 지금 맥주를 마셨다.
맥주 한모금을 마실때마다 슬픔 한덩이씩을 안으로 삼킨다.
한캔을 다마셨더니 배만 부르다.
내곁에 산만큼 쌓여있는 슬픔이 나를 보고는 비웃는다.
마음이 매우 울적하다.
남편은 집을 떠난지 석달이 넘어간다.
간혹씩 전화를 하지만 너무나도 답답하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절대로 동정으로 사람을 선택하지는 않을것이다.
사랑도 아니요 안되었다는 동정으로 시작된 결혼생활이 이처럼 처참할줄이야 진작 알있더라면 설혹 상대가 죽는다한들 선택을 하지 않았을텐데....
나는 어찌 하면 좋단 말인가?
무엇때문에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
잠이 들면 깨어나지 말았으면 싶다가도 나를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결혼16년을 살면서 한번도 아빠의 가장의 책임을 못했던 이남자
나는 어쩌란 말인지.........
나쁜인간!
나쁜사람들!
내마음은 황량한 들판 같다.
살긴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이남자를 아는사람은 한결같이 이혼을 하라고 한다.
이남자 술은 먹지 않지만 담배는 골초중의 왕이다.
생활능력은 16년동안 낙제로 살아왔다.
시아버님은 결혼초에 아예 나보고 이혼을 하라고 하셨다.
시댁어른들 자기들이 나의 오빠라면 벌써 이혼을 시켰을거란다.
그러니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시아주버님 한분은 내가 결혼을 했을때 천주교 신자라서 다행이란다.
천주교 신자는 이혼은 죽을때까지 안한다고 하니 너무 잘되었더란다
나는 바보다.
나는 멍청이다.
이렇게 질질 거리면서 오늘까지 살아왔으니 나는 바보 멍청이다.
도망을 가고도 싶다.
다른사람을 만나고도 싶다.
이남자한테서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보호를 다른사람한테서 느끼고 싶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음도 참으로 불쌍하다. 나의 모습이...
나는 어쩌란 말이냐?
도망을 갈까?
아이는?
이제 사춘기에 흠뻑 접어든 아이는 어쩌란 말이야?
숨이 막혀온다.
숨이 멎을듯 하다.
눈물이 흐르고 흘러서 이제는 흐를눈물 없을듯 하건만 계속 잘도 흐른다.
가난한 우리친정 가난으로 인하여 결혼적령기를 지나쳤다.
결혼을 할처지가 못되었다.
가장으로써 동생들을 보살펴야 했다.
가장아닌 가장으로써 생계를 맡아야 했다.
무능한 부모님을 한번도 원망한적은 없었다.
대학교 4학년 장학생으로 입학하라는것도 포기를 했어야 했던 가난이었다.
정말 너무나도 슬프다.
숨이 멎도록 마음이 아파온다.
불안한 늦은나이에 부모님의 한걱정된 노처녀라는 손가락질 받지 않고자 결혼을 했던마음이 솔직한지 모르겠다.
이제는 너무 가슴이 아프구나
어쩌란 말이야?
둘이서 서로 맞잡고 살아도 힘겨운 시대에
나는 어쩌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