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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하는 기준이 뭘까..


BY 無名 2001-06-18

어제 남편이 술을 먹고 또 지갑을 잃어버렸다.

결혼1년동안 벌써 3번째 일이었다.

어제는 내가 참지 못하고 뭐라고 한마디 했다.

왜 그렇게 술을 마시냐고.. 왜 그렇게 정신을 못차릴정도로 술을

마시냐고..

그랬더니.. 온 집안 물건을 다 집어던지는 것이었다.

선풍기, 전화기, cd장, 화분, 유리컵, 그 외에 손에 잡히는건 다..

온 방을 다 돌면서 다 부시는 것이었다.

집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난 너무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있다가 집을 나와버렸다.

남편이 술을 먹었던 가게에 가서 주차되있던 차를 가지고

(얼마전에 남편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서 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상태다. )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딱히 갈데도 없고해서

30분만에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현관문을 여니 집은 더 아수라장이었다. 내가 집을 나갔다고

화가 더 난 남편이 나머지 집기들을 더 집어던진 것이었다.

바닥은 유리조각들로 발을 디딜수도 없었고 무슨 폭격맞은 집

같았다. 그 가운데서 남편은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 기가 막혀서 그대로 주저앉아 몇분동안 울다가

오기로 집을 다 치웠다. 어제부터 나의 살빼기에 동참했던

ab슬라이드도 무참히 박살나있었다.

눈물로 밤을 지새고 남편은 아침에 아무말도 없이 출근했다.

출근길에 꺼진 핸드폰을 켰더니 내가 집을 비운사이 남편이

보낸 음성메시지가 와있었다. 단 한마디..


신나겠네..


조금이라도 미안한 감정이 있을거라고 착각한 내가 바보였다.

어제부터 계속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결혼생활을 오래한 부부들이 봤을때는 별거 아닌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내가 이렇게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살줄 몰랐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내 남편이 될줄 몰랐다.

회사에서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항상 나한테 짜증을 내던 남편..


이제 생각해보니까.. 까딱하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어 몸서리가 쳐진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되는건 있어도 소도둑이 바늘 도둑 되는 법은

없으니까..

내가 어떻게 하는것이 현명한 길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