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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합니다..


BY 허무함 2001-06-20

삶이 허무합니다.


이제 우리 아들은 겨우 83일 되었고 멀리 친정에 있습니다. 시댁사정

도 좋지 않고 제가 직장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제가 친정에서 산후조리 할 때 남편이 채팅을 해서 여자를 알았나 봅

니다. 휴대폰에 둘이 통화하는 내용이 녹음 되어 있더라구요..

등신.. 들키지나 말지..

남편 말로는-남편은 독수리타법- 채팅도 그때 처음 했고 전화 한 것

도 그때 뿐이라고.

죽을죄를 지었다고, 맹세코 앞으로 평생 이런 일 없을 거라고 합니다

길가는 사람 막고 전화내용 들려줘도 그 정도 사이가 아니란 건 누구

도 알 겁니다.

자존심상하고 구차하지만 정말 어디까지 갔는지, 정말 그때 뿐이었는

지 알고 싶습니다.

열개를 주고 하나도 오지 않아도 주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별 것 아닌걸로 싸워도 살갑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

각했습니다.


-남편들이 마누라가 산후조리하러 친정가면 한 번씩 그런 객기(?)가

발동한다는데 나는 내 남편만은 그렇지 않을 줄 알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마약에 빠져서 폐인되는 사람도 처음엔 호기심에서 시

작한다. 당신이 그 여자랑 채팅하고 전화하는 그 순간 만큼은 설레이

는 가슴이었을 거다. 당신이 결혼하고 나를 대할 때 그런 마음이 있

었는지 돌아봐라. 나는 그점이 슬플 따름이다. 마음에서 나를 지우

는 것도 배신이라는 영화대사도 있다. 아이도 내가 있어야 있다.


그 말만 했습니다.

이틀을 거리를 헤메고 다녔습니다.

어제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그 순간의 모습들 때문에 생각하는 자체

가 싫어 혼자 영화를 보고 늦게 들어갔습니다.

잠자리에서 그가 저를 더듬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결혼하고 지금까지 서로 거부할 이유도 없었지만 제가 먼

저 거부한 적도 없었네요.-

머리는 "더러운 손 치워"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몸은 덮치는 그를 허

락했습니다.

아무생각 없이 육체적인 쾌락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소기의 목적(?)

은 달성했지만, 결코 혀를 깨물지언정 그런식으로 그를 붙잡지는 않

을 겁니다.

아이를 친정에 맡겨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무관심한 남편 때문

에 속상해하는 제 마음을 잘 아시는 친정엄마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

면 엄마손에 이혼하게 될 것입니다.

시어머님께 이야기 했습니다.

-그 개같은 새끼, 배때기가 불러서 그지랄 하고 다니지. 나는 그꼴

못본다. 미친새끼.아가, 미안하다. 엄마가 이야기 할까?(우리 시모

는 저한테 당신을 엄마라고 합니다) 니가 하자는 데로 하마.

하시고 싶으면 하시라고 했습니다. 아들이라면 끔찍하신 분이시지

만, 그런 금쪽같은 아들이지만, 그런 짓 하고 다니는거 아셔야 한다

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은 도움을 청한 것이지요.

뭐라고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녁 거르고 사무실에 있는데 남편이 전화를 했네요.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습니다.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이렇게 깨진 믿은은 어찌해야 하나요.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마음 굳게 먹어야 하는데, 엄마없는, 아빠없는

아기는 만들기 싫은데, 아직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에 짓눌립니다.

오늘 술 마시면 1년만에 망가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