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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이의 공중졈프를 아시나요?


BY matilda1961 2001-06-27


송충이나 지렁이는 하챦은 미물로 우리가 아무렇게나 밟고 지나가는 존재입니다. 그럴 운명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것들은 필사적으로 기어다닙니다.
얼마전 일입니다.
우연히 송충이를 발견했지요. 어딜 가는지 참 열심히도 기어가고 있더군요. 옆에 있는 70센티 가량의 나무줄기 위에 올려 놓으니 아래로 잠시 내려가다가 다시 몸을 돌려 위로 올라가더군요.
더이상 올라갈 꼭대기가 없음을 발견한 그 송충이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주위를 탐색하더군요.
----송충이 눈알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둥글게 반짝이는 것이 참 귀엽고 예쁘답니다----
그러더니 몸에 힘을 꽉 주곤
으랏차차 공중낙하하는 거 아닙니까?
정말 놀랐습니다.
그때의 감동이란!
그냥 기어내려와도 될 걸
구태여 그 꼭대기에서 보란듯이 졈프할 줄이야.
땅바닥의 나뭇잎 위에 아주 사뿐이 착지한 송충이를 본 순간
그 어떤 무용수들의 체조보다 멋지다는 찬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송충이의 졈프는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입니다.
밟으면 죽는 송충이가 아닌,
졈프하는 송충이는 아무래도 정말 놀라운 반전이었습니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들이
하챦은 일로 고민하고 괴로워해서야 될는지...
우울증이나 홧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지금이라도 들판에 나가 송충이를 만나보십시오.
나는 지금 송충이에게서
위대한 본능의 아름다움과 숨겨진 비밀을 배웠습니다.
나또한 쉽게 좌절하고 섣불리 판단하며 남을 탓하는, 송충이만도 못한 존재였습니다. 부끄러워지더군요.
송충이앞에서, 송충이만큼 살기에도 벅찬, 의지가 부족한 나를 질타했습니다.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이 떠오릅니다.
높은 곳에서 매끈하게, 의지를 가지고 뛰어내리던 송충이의
기막힌 점프장면이...
당신도 상상의 나래를 펴서
그 송충이를 만나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