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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일이 하나도 손에 안잡히네요...


BY 남편생일 2001-06-27

전 결혼하지 1년이 좀 넘은 그리고 아직 애가 없는 아줌마입니다.
그런데, 요즘따라 왜 이리 짜증나고 화가 나는지.
정말 요즘 넘 힘들어요...
날씨도 한 몫하고 있고...

며칠전이 신랑생일이라 내딴에는 근사한 곳에 저녁먹고, 아주 작은 것이지만 선물주고. 그렇게 보내고 싶었는데... 신랑 회사동료들이 생일날 어떻게 그냥 갈 수 있냐고 하며 붙잡아 맥주한잔 하기로 했대요. 난 가지말라고 얘기했지만, 어떻게 안갈 수 있냐고 하며 잠깐만 있다고 오겠다고...
그렇게 가더니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들어왔어요. 집도 못찾아 올정도로 술은 취해서...
그럼 그렇지... 술 좋아하는 남편, 결코 일찍올리 없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자기 생일이고 그 생일을 같이 보내고 싶어하는 부인이 기다리고 있는 거 뻔히 알면 일찍 들어오겠지 싶었어요...
정말 밉더라구요.

술 깬 다음날 미안하다고 빌기는 했지만, 어제 일이 생각나며 영 용서하고 싶은 생각이 없더라구요. 그렇게 각자 회사에 출근하고,
전 회사에 가면 집의 일은 되도록 티 안내는 편인데 어제 일은 넘 속상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한숨을 자주 쉬게 되고 일도 손에 안잡히더라구요.
이 사람한테 난 뭔가... 남편 생일 날 같이 보내지도 못하고 2순위로 밀려나는 나는 그 사람한테 뭔가라는 생각이 한없이 들며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하더군요.

남편은 퇴근을 같이 해 집에 같이 가기를 원했지만 난 약속 있다고 들러대고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녔어요. 신랑이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시간은 피곤은 한데 잠은 오지 않고, 정말 미칠 것 같은 시간이라 신랑도 한번 그래봐라라는 심정으로 아예 늦게 들어갈 요량이었죠.
근데, 막상 어딜 가려니 갈 데도 없고, 친구들은 왜 그날따라 다 바쁜지...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밤 11시 다 되어 들어갔죠.
남편은 내 눈치 보며 다시한번 미안하다고 그러고,
그래 이렇게까지 미안하다고 하는데, 한번 봐주자라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럼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고 더욱 우울한 생각이 들어
아무말하지 않고 그냥 씻고 잤죠....
남편은 옆에서 한숨 쉬며 자고...

그렇게, 오늘아침.
천근만근의 몸을 일으켜세우고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하고,
그래도 남편은 일어나지 않더군요.
일어나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 말입니다.
깨울까 하다가, 내 마음이 지금 어떤지도 모르고 저렇게 코를 골며 잘까하는 야속한 생각에 그냥 두었지요.
어차피 자기 회사 자기가 알아서 일어나는 거지 하는 독한 마음을 품고...
신랑은 부시시 일어나 시계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 일어나더군요.
그리고 화내며 정말 너무한다고 하며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옷을 부리나케 갈아입고, 그러고 나가더군요.
완전 씩씩거리며...

물론, 신랑이 잘못하기는 했지만 그런 남편을 그렇게 화낸 채 보낸 것이 영 마음에 걸려 오늘은 어제보다 더 힘들고 그럽니다.
당장이라도 미안하다고 하고 싶지만, 자꾸 생일날 일이 떠올라 내가 무시당한 거 같아 쉽게 풀어지지가 않습니다.
어떻하죠?
요즘 제가 예민하고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냉정하려고 무척 노력하는데...
정말 힘든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