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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이 무섭다


BY 가슴아픈 딸 2001-07-03

여태도 한 번 안하던 시누노릇을 새삼스레 하자고 이런 글 쓰는 거 아니다.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다.
우리 부모님, 위로 딸만 낳다가 밑으로 낳은 두 아들을 어떻게 귀하게 키우셨던가에 대하여 구구하게 설명은 않겠다. 간단히 말해서,넉넉지 않은 농토를 오로지 몸으로 일구어, 당신들 몸 한 번 돌아볼 여유 없이 서울로 대학보내 번듯한 사회인으로 길러놓았다. 딸셋은 중학교도 안 보내서 저희들이 알아서 이렇게 저렇게 길을 찾았고, 두 아들만 대학 가르치는데에 부모님을 도왔을 뿐이다.
두 아들 중에서도 큰아들한테 쏟은 정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럼 며느리는 시샘을 했겠다구? 천만에다. 며느리도 아들과 똑같이 대접했다. 오로지 한가지, 원래 없는 집에서 자식 가르치고 장가보내고 고시 뒷바라지 하고 하다보니 가진것은 많지 않은 땅 뿐인체로 몸은 형편없이 늙었다는 것. 그렇다고 며느리가 생활을 돌보지도 않았다.
시집온지 십오년이 되도록, 노인네들 둘이서 농사지어 골고루 골고루 실어 올려보내며 살았다. 그런만큼, 여태는 찍소리 없이 지나갔다. 근데, 작년 봄에, 아파트 전세금을 올려줘야 한다고 그 잘난 논을 팔아간단다. 내 남동생, 상당한 직위의 국가 공무원이다. 그 나이 되도록 왜 집이 없냐구? 올케 친정엄마가 돈 길러 준다고 집팔게 해서는 다른 사위 사업자금 대줬다가 다 떼었다. 우리 친정에서는 그 사실 알았지만 행여 미안해할까봐, 그리고 저희들이 더 속상할텐데 싶어서 입도 벙긋 안하고 몰래 걱정만 하고 있었다. 흉봤냐고? 천만에 , 단 한번도 부정적인 말 한적 없다. 울엄마, 행여 나라도 올케들 행동이 그게 아니다 싶어 혀라도 찰라 치면, 얼른 일어나 버리거나 엉뚱한 딴소리를 꺼내서 입막음 하시기 때문에 누구도 올케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말을 안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었다.
근데 아버지가, (8순) 벌초답이라도 놔둬야 할뿐더러 작은아들 의견도 있고 하다고 논팔기를 거부하셨다. 그땐 아무 소리 없이 서울로 가더니, 생전 안부전화 한통 없던 형제들 집에 걸핏하면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논팔자 조르고, 남편되는 동생은 거부하고, 그러다 싸우면 손윗 시누이들 집과 마흔 넘은 시동생 집에 차례로 전화걸어 느닷없이 야야, 이년저년 , 시누고 동서고 모두가 이름이 이년 저년이고, 속깊은 시동생이 바보라서 대거리하지 않는줄로 아는지, 시동생 이름도 이놈저놈이었다. 용건은, 너네 핏줄하고 이혼할테니 모이라는 것.올케가 늘어놓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란게 가관이다. 마음 올곧고, 월급 꼬박꼬박 통장에 올라오고, 바람 피운적 없고, 담배는 피워도 술은 한 잔밖에 못 마시고,.;. 그렇지만 가욋돈 한푼 가져올줄 모르는 주변머리라서 다른 사람들 화려하게 사는 것 보면 짜증난단다.가욋돈이라니, 공직자가 가욋돈 가져오면 그것은 세금 도둑질 아닐까? 나같음 청렴한 남편 존경하며 살겠더만, 이건 늘 불평이고, 사는 꼬라지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람 도리 다하며 사는 시누이들앞에서 미안하지도 않은지 맨날 월급갖고 어케 사냐고 징징거렸다. 또 하나는, "너무 효자라서"걸핏하면 집에 내려가고, 며칠만 안부전화 안 하면 아차! 하고 혼잣소리하면 전화기 앞으로 가는 꼴 지긋지긋하다고 터놓고 난리다. 그렇다 해서 저희들이 뭐 물질적인 무리를 했나? 아님 며늘인 저보고 남다른 효도하라 강요를 했나? 내가 보기엔 점점 제 여편네 닮아가는 꼴이 가관이고, 상대적으로 형한테 치여서 고생하며 공부했던 막내가 큰아들 노릇 다 하는게 딱하기만 하던데, 이건 적반하장으로 큰소리다.
그래, 하여튼 다 참아주었다. 그 사이에 있었던 상식밖의 일들을 다 말로 못한다. 그런 여자하고 사는 놈은 오죽 괴로울까 싶어서 그저 쉬쉬 무마해주었다.
근데, 이번에 어머니가 위암진단을 받았다. 형수 성질 아는 작은동생이 아예 제집에 모실 요량을 하며 서울서 내려와 모시고 올라갔는데,는데, 그래도 큰아들이랍시고 작은집에 와서 송장같이 지친 두 노인네를 억지로 저희 집에 모시고 갔던가 보다. 환자가 불안해서 작은 동생이 따라갔기에 망정이지, 노인네들 충격으로 돌아가실 뻔했다. 논 안팔아 준다고 그 이후로 단 한번도 뵙지 않고 전화 한통 걸어드리지 않던 부모님은 그 잘난 큰아들 위신도 세워줄겸, 또 인간의 기본에 대한 가느란 믿음으로 따라가셨던가 본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뒤집어 까고 악을 쓰더란다,
왜 아프냐고! 왜 병에 걸렸냐고! 누구 죽일라고 암에 걸렸나고!
부처같은 늙은이들, 아니, 큰아들 큰며느리를 유난히 편애한 벌을 이런 형태로 받는가 보다. 그래도 그 잘난 큰아들 행여나 가슴아플까봐, 아니 이혼이라도 해서 금쪽같은 손주놈들 불쌍하게 될까봐 억지로 다독거려놓고 좋은듯이 하고 작은 집으로 왔단다.
어머니 수술날짜 받아놓고서, 벌써 열흘째 작은 아들 집에서 머물고 계시지만, 단 한 번 와보지도 않는다. 남동생놈만 제[ 아들놈 데리고 왔다 가고.... 동네 사람들은, 그집 며느리 효분줄 안다. 시어머니가 말 한마디 않고 늘 감싸 안으니... 친적들도 마친가지다.
이 천벌을 어찌 받으려는지, 내 핏줄과 살고 있으니 그저 저주를 할수도 없고, 걱정이고, 가슴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