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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없는 결혼생활은 무의미할까요?


BY 부끄럼 2001-07-06


자기만 알던 내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내안으로 맞아들여
사랑이란 걸 했습니다. 두려움을 털고 그렇게.
결혼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몸을 열어 받아들인 남자와.
좋은 감정이 지속되리라 믿었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신혼여행지에서부터 쓰레기통 비우는 문제로 싸움이 생겼고, 그의 강요에 의해 내가 사과하는 걸로 첫싸움은 끝났죠.

아기를 낳으면 계속 좋은 감정이 더 강해지리라 생각했고
남들처럼 나도 별 생각없이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렇게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고, 그저 담담하더군요.

이제 아기엄마로서, 더욱 확고하게 남편의 아내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어서 그랬는지 그는 나에게 소홀해지더군요. 나역시 그렇게 소홀해지면서 아기에게 관심이 가더군요.

정말, 아기만큼은 예쁘더군요. 나같은 이기적인 철부지도 나 아닌 남을 사랑할 줄 아는구나. 성숙한 것 같은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나의 세계는 남편에서 아기로 점점 넓어져 갔습니다.

아기에게 치중하는 나를 남편은 서운해했습니다. 외로워하는 그는
술울 많이도 마시더군요.나의 몸은 체중이 늘어갔고, 그와의 체중차이도 점점 벌어져 가면서 사랑은 식어갔습니다.

아기가 자라면서 이젠 돈을 번다고 나돌아다니면서 남편에게 점점더 무관심해지더군요. 남편은 이제 더이상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었습니다.결혼초 매력으로 작용했던 장점들이 다 단점으로 보이더군요. 권태기...정말 오래가더군요. 어쩜 결혼할 당시부터 권태기였는지도 모릅니다. 아기가 생기면 부부의 정이 돈독해진다는데 우리 경우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나와 아기의 사이에 질투를 느끼더군요.

다른 남자가 더 멋져보이는 것. 이것도 권태기의 증상이겠죠? 나는 마음 속으로 다른 남자를 그려봅니다. 채팅은 안하지만 그냥 한동안 잘생긴 남자배우를 보면서 미소를 지을 때도 있습니다. 참 한심하죠?
연애시절, 높이 평가했던 그의 곧은 성격은 무능하고 돈을 못 벌어오는 단점으로 비치고, 나만 아는 그 사람의 순수성은 곧 싫증으로 느껴졌습니다.

또 내가 집안에만 있기를, 자기에게 잘해주기만을 바라는 그런 마음들이 저에겐 부담스러울 뿐이었습니다. 귀찮고 피곤하고 짜증이 날 뿐이었죠.이런 내 마음이 전달되어선지 그도 내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더군요. 오랫동안 서로 다가가지 않은 채, 나의 체중은 계속 증가하고 삶의 기쁨은 점점 줄어갑니다.

노력을 해야한다구요? 그래서 요실금 치료도 받고, 예쁜이수술이라도 해야 할까요? 살도 한번 빼봤지만 다시 실패하더군요. 수년간, 성욕이 생기질 않더군요. 아예 성욕이 없어진듯. 이제 겨우 마흔인데...
이런 것이 비정상일까요? 애정이 없는데 무슨 재미로 같이 안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사는 것이 부부일까요? 단지 자식때문에?
그는 자식을 그리 귀여워하지는 않는 눈치입니다.
그렇다고 나역시 달리 좋은 남자가 있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다만 멀뚱멀뚱 건조하게, 재미없이, 기쁨도, 생기도, 활기도, 윤기도 없이 살아갈 뿐...대화를 나눈지도 퍽 오래되었습니다.
차라리 헤어져야 할까요?
한동안 속옷도 이쁜 걸로 입고, 제가 먼저 유혹도 해보았지만
그는 전혀 흥분이라는 걸 하는 것 같지 않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그걸 그렇게 밝히는 편은 아니어서(어쩌면 문화, 관습의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런 흥취도 없이 의무적으로 임할 뿐...
부부지간에 그런 성생활이 과연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애정없이 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정파탄이 일어나진 않아요.
하지만 이렇게 애정없이 사는 생활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리고 사람의 좋은 감정이 지속되긴커녕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게 우습구요. 이렇게 덧없는 감정을 박제시켜 의무로 만들어버리는 게 결혼이구나, 자식 땜에 사는구나 싶지만 메마른 의무의 연속극이 결혼이라면, 이미 죽은 생활이나 다름없지 않을까요?
난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활력을 느끼고 싶군요.
폭포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슬픔보다는
분수처럼 위로 올라가는 기쁨을 맛보고 싶어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