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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애인


BY 솔직이 2001-07-07

몇년 전부터 드라마나 영화에서 게속 유부녀의 사랑을 다룬 것들이 많이 등장했다.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애인, 정사 등등
생활의 여유를 가진 미시족들에겐 으레 애인 하나 정도는 있어야 잘난 여자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되었고, 그런 추세를 따라가기 위해 뒤질세라 너도나도 용케 하나씩은 건져냈다.
일터에서, 수영장에서,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채팅에서, 오가다 아무 거리에서든 마음만 먹으면 너무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애인들이다.
모방의 천재인 우리들은 누군가 뭐 하나를 가지면 그 비슷한 거 하나라도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그래서 하나둘 씩, 가지게 된 애인들...
마치 늘어나는 카드를 지갑에서 펼쳐 그 다양한 종류를 자랑하듯
1인당 4,5명까지 보충 및, 충원이 가능한 애인들이라는 존재.
상품화된 자본주의 시장에서 외모만 일단 잘 갖추었으면 눈길을 끈다. 어차피 애인도 일회용 상품화된 맞춤 인간이니 내 구미에, 내 취향에만 맞으면 오우케이다.
서로서로 그 애인들을 자랑하며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세련된 미시족으로서의 면모를 한껏 드러냈다.
개인용 자가용에 멋진 선글라스, 단련된 몸매와 멋들어진 의상, 누가 보아도 폼나는 젊은 미시족...
들로 산으로 야외까페로 멋지게 달리는 미시족과 그 곁의 남자.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 애인이라는 것들.
그게 도대체 무얼까, 생각해본다.
싸구려 진한 향수처럼 역겨운, 가짜 액세사리처럼 쉽게 변질되는, 그런 감정은 아니었는지. 금지된 장난을 칠 때의 짜릿한 쾌감을 얻으려는 아이들의 심리를 성인들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게 아닌지...
그 흔한 애인 하나 만들지 않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내가 소비사회에서 새로운 활력제로 등장한 애인들이, 사회발달에 따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모조품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드링크제같은 소모품으로서의 애인들.
쾌락을 찾아 부나비처럼
반지르한 구두 신은 남자를 만나든,
카바레에서, 서점에서
헬스실에서, 극장에서 만나든
내 알바 아니지만
허망한 감정놀이의 뒤끝은
더 큰 허탈감일 뿐...
이름만 바꾼 탄산음료를 계속 바꿔 마시듯 갈증만 더한 것 아닐까?
경험은 없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군요.
순진한 주부들은 애인 만들기의 상업화된 프로그램에 저도 모르게
움직이는 허수아비가 아닌지, 그런데 넋을 빼게 하면서
여자들의 외로움을 이용해 재미를 보는 작자들은 결국 누구인지...
모든 것이 무너진 시대...
너나없이 나이들어가며 슬쩍슬쩍 적당히 같이 무너진 모습으로
살아간다지만
무너지지 않아 미안한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물들이면
안돼지 않을까?

나는 아내나 남편이 자기건줄 알고 착각하며 평생 살아가는
우람한 불독같은 아저씨, 아줌마도 싫고
남이 쳐다보지도 않는데 지 남편 뺏길까 조바심치는 아줌마는
더 싫고,
애인 만들어 자랑하는 미시족은 더더욱 혐오스럽고
남자 없어도 행복한 독신녀가 제일 좋아보인다.
동물적 감각에 휘둘리지 않고
깨끗하게 혼자 살아가는 모습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