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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정


BY 아픈마음 2001-07-15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분명 남편의 전화라 생각하여 받지를 않았다.
요즘은 신경이 날카로와져서 모든 기분 내키는대로 남편은 나에게 화풀이를 한다. 물론 나도 잘알고 있다 어렵고 힘들다는것....하지만 그럴대마다 내가 화풀이 대상이 되어 그 수난들을 모두 받아내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한계에 도달했나..좌절스럽기조차 하다. 다른곳에선 인내심과 끈질김이 둔한 남편 열심히 전화를 거나보다...
마침 이웃집 아지메 놀러왔기에 아이 약 사러 약국에 갓다고 말하라고 수화기를 건네주고 숨을 죽였다.
잘도 이야기하는 이웃 아지메...
하지만 나의 가슴이 콩닥콩닥 마구 뛴다. 불안하다...엄청많이....
쉽게 넘어 갈 사람이 아니란걸 나는 잘 알기에...그렇다고 내가 큰 잘 못을 저지른것은 아니다 오늘 아이들 데리고 남편한테 내려가야 하는데 영~ 몸이 아프고 귀찮기도하여 찾아가지를 않았을뿐이다.
그래서 남편은 화가났을 것이고 나에게 퍼 부어야되겠지...
끈질기게 몇시간을 울려대는 전화기를 마냥 피할수는 없어 받았다.
역시나... 떠날것 같은 고함소리 욕설....
하늘이 무너지는 좌절감..
나 자신의 초라함....
밀려드는 외로움.....
맘껏 맘껏 하고 싶은대로 지껄이라고 수화기를 놓고 설겆이를 하엿다.
다시 조용히 발소리 죽여 수화기를드니 끊겼다.
다시 벨소리...
수화기를 놓은채 내 할일 하는...그런 반복을 몇차례 겪고나서야 전화가 안 울린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부부란....
저 사람 저렇게 힘들고 어려울때 나 편하자고 외면한다면 과연 부부라고 할수 있을까...
초롱 초롱 눈 망울 굴리며 엄마 왜그래?" 묻는 철부지 꼬맹이들 아빠인데.. 그래..내가 고통을 받더라도 남편에게 용기를주자.. 모두 받아주자...내게 화풀이하면 어때? 쌓이는 스트레스를 내 조그만 고통 감수 하는것으로 풀린다면 그래 모두 받아주자.....
그런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편안해진다.
전화를 걸었다. 아직 안 풀린 남편 이야기 모두 들어주고 내 이야기를 한다. "미안해..당신 어렵고 힘든것 알아..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꺼야..미안해..조금더 자기에게 신경 쓰고 그래야 되는데... 이해해줘 오늘 아이가 열이나고 그랫어 비도 많이 내리고 내 몸도 아프고해서 못 내려간거야..더 열심히 나 노력할께.미안해..."
남편의 말투가 누그러진다.
나역시 속상하고 좌절 스럽던 마음 남편의 말투가 누그러지므로 이젠 미움에서 연민으로 맘이 변하게 된다.
있는말 없는말 좋은말들은 모두 끄집어내어 이야기 하였다.
이젠...흐느끼며 하소연하듯 말하는 남편 맘이 아프다....
답답한 가슴에서 찢어지는 가슴이 된다.....
미움이 사라지고 연민의 정이 솟아오른다..
그래서...
부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