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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핏줄이란 게 싫어진다.


BY 오~이런! 2001-07-20

부모형제가 저마다 자기의 인생을 책임지며 살고 가족은
그 의미대로 친목이나 도모하면서 서로간의 대소사에 상부상조나
하는 정도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오로지 "열심히 살자"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일반 학업반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한지도 어언 7년, 아직도 남아있는 나만의 꿈 그 꿈을
사십이전에 시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말 그래도 알 두쪽만 가지고 대출받아 시작한 결혼, 살림꾼 아내
덕에 국민주택규모의 아파트 정도는 분양받을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다. 여전히 빛에 허덕이는 어머니, 머릿
속에 종기가 나도록 고민해도 특별히 나아지지 않는다.

결혼하여 일구어간 내 생활권은 허물기 싫어진다. 한편으론 불쌍한
어머니를 위해 전세돈이라도 빼고 싶은데(아내의 반대가 없었더라면),
형제간에 십시일반하여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은데, 마음같지 않다.

반 백수생활하는 형, 사업하느라 힘든 동생, 갓 직장생활에 들어간
막내, 누구도 나보다 형편이 나아보이지 않는다. 한동안은 어머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형제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대출도
받고 했지만, 협조도 잘 안되고 대출받은 부담이 고스란히 내 부담
으로 더해져....., 이젠 정말 아이의 아버지인 내 세대의 가족과는
단절하고 싶다.

이젠 어머니도 전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전화를 하시지 않는다.
몇 번의 아쉬운 부탁을 거절했더니 어머니도 부담스러운신가 보다.
또 한 아들만 부담주는 거 같아 미안해 하시는 거 같기도 하다. 하지
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어머니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에 취중엔
홀로 펑펑 울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록 마음은 열고 대하진 않지만, 아내가
최소한의 며느리로서 도리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도 않다면
난 미쳤을 지도 모른다. 핏줄이라는 형제도 돈에 얽히다 보니 도움이
안 되는 넘은 미안해서 그렇고 또 쏟아붓는 넘은 부담스러워 그렇고
해서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독해지는 거 같다. 멀리하게 되고 정이 없어지고 어려움은
피해가려 하고, 그럼 결국 홀로남은 어머니(부담때문에 모두 어머닐
모시기 싫어한다), 불쌍한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되누! 난 아내가
이해라고 용납하면 차남여부를 떠나 나중에라고 어머니를 꼭 모시고
싶다. 자식의 도리로서 말이다. 지금으로선 답이 안 나온다.

요 며칠 갓 직장을 잡은 막내에게 전화가 자주 온다. 화가 난다.
어디서 쌈박질을 했는지 무슨 해꼬지를 했는지 합의금 '천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난 그런 돈 없다고 거절하고 화만내고 전화를
끊었지만, 행여나 이 넘이 잘못되어 꼬리표라도 다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나이 서른이면 지 앞가림은 지가 하는 게 당연한데, 막내라 그런
것인가. 난 그 녀석이 감방 갈 정도가 아니면 절대 어떠한 도움도
안 주리라 다짐하고 있다. 이 일을 아직 아내에게 상의도 하지
않았다. 말하면 분명 "당신 집은 왜 그 모양이야!"란 소리가 먼저
나올 게 뻔하고, 내가 조금이라도 기대했던 '걱정의 소리'도 나오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내가 밉지는 않다.

당분간은 고민 속에 또 살아야하나 보다. 핏줄이란거, 참 인간을
째째하게 만들기도 한다. 커가면서 도움만 받고(난 거의없다고
생각하는 게 무제지만), 이제 자리잡아 간다고 부모형제를 외면
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가정사에 대부분이 이런 고민
으로 채워지다니....싫다.

그래도 때론 경제적으로 힘들고, 육체적으로 조금 힘들더라도
애정의 끈을 놓지말고 살았으면 좋겠다. 도움이 안 되고 도움을
받지 못하더라도 내 좋은 일 있으면 "같이 밥 먹자" 하고,
말로라도 자주 연락하고 정은 나누면 살았으면 한다. 선입견
가지지 말고, 핏줄이니까~~!!